<사설>본말전도 공무원 증원 ‘追更에 알박기’ 더욱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공무원 증원을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려는 것 같다. 18일 국회 본회의 시한을 앞두고 열린 심야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증원 명목의) 80억 원을 추경(追更) 항목에서 뺄 테니 부대 의견에 목적 예비비를 공무원 채용에 쓴다고 명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공무원 증원 인건비를 확보할 법적 근거를 ‘추경에 알박기’ 형태로라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일단 최소한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이를 근거로 다음 해부터 예산을 늘려가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19일 열렸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참했다. 여야 입장 차는 그런 회동으로 해소될 만큼 간단치 않다. 이번 추경 자체도 국가재정법상 무리인 만큼 공무원 증원 문제는 제외하는 것이 옳다.

공무원을 늘리려면 먼저 각 부처의 필요 인력을 파악하고, 정부 전체 인력 수요와 균형을 점검한 뒤,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정부는 일자리용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이라는 목표를 먼저 잡은 뒤 거꾸로 국회에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순이 뒤집어진 본말전도(本末轉倒)다. 공무원 노조가 앞장서 성과연봉제 폐지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소한의 경쟁 시스템마저 허물면서 무작정 공무원 수까지 늘리면 공직 사회가 어디로 갈지 불 보듯 뻔하다. 국가적 재앙이다. 벌써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할 젊은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으로만 몰리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한편, 18일 국회에서는 수자원공사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처리도 무산됐다. 정부가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에 몰아주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보인다. 정부는 실제로 지난달 가뭄 당시 4대강 보를 개방, 아까운 강물을 흘려보내 빈축을 산 일도 있다. 현재 환경부 장관과 차관은 물론 청와대 환경비서관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적극적 국토 개발은 불가피하다. 환경부가 국정의 균형을 무시하고 환경 우선주의나 환경 극단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