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금…>“서남大 의대 인수 통해 공공의료 특화 대학으로 사명 다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이 20일 서울 동대문구 본관 총장실에서 서남대 인수를 통해 공공의료 특화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국가적 전염병 선제 대응
공공의료 인력 양성 절실
시립병원과 연계 서비스
전북 등 지역과 상생 이점

4차산업 ‘맞춤형 융합교육’
창업강좌·3D창작 등 지원
융합시대 걸맞는 소양 함양
올해 학생 100명 해외연수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이 20일 “공공의료에 특화된 도시보건대학원을 건립해 서울 시민, 나아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료 복지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서울시립대는 100주년 행사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대학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원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학교의 최대 현안인 전북 서남대 인수와 관련해 향후 5년간 2100억 원을 투입해 정상화하는 한편, 서울과 전북 간 교육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 총장은 “저소득층이나 난치성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일반 병원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 대해 시립병원 등이 보편적 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맡아줘야 한다”며 공공의료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원 총장은 “농생명과학대학 특성화를 통해 침체된 전북 남원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 기반도 마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의료분야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영역으로 대학의 외연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지리적 확장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원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절대 평가 전환 방침과 관련, “비용·결과의 공평성 및 합목적성 등에 대해 더 많은 토론이 필요다”며 조건부 지지 입장을 밝혔다.

―큰돈을 들여 서남대를 꼭 인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서울시립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공공의료체계 확립’의 필요성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지카 바이러스 등 국가적 재난 전염병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 시스템과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한층 증대됐습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의료 사각계층도 늘어나고 있죠. 이런 상황에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적인 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공공의료 분야입니다. 서울시립대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공공의료체계 확립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서남대 의대를 중심으로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은 그동안 숙원사업인 공공의료 인력 양성체계 구축은 물론, 서울시와 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한 공공의료 상생모델이 돼 전국으로 공공의료 복지체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서울시와 전북도 간 지속적 교류를 통해 상생발전도 도모할 수 있어 이 역시 우리 서울시립대가 인수자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서울지역의 공공의료체계 향상을 위해 전북에 있는 의과대학을 인수한다는 게 언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병원에 돈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사실 시민들의 평가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사태처럼 일반 병원들이 환자들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역할을 공공의료가 맡아야 합니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립병원에 양질의 의료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 일 역시, 바로 서울시립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서울시립대가 서남대 의과대를 인수하게 되면 그런 양질의 의료 인력을 양성해 공공의료 부문 서비스를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되는 인력의 일부는 남원이나 군산 의료원에 공급해 전북 동부권의 의료 허브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지역 간 상생발전의 모델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남대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교육부가 인수계획의 보완을 요구했는데요.

“수정 보완한 인수 계획에는 향후 5년간 21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아 교육부에 제출했습니다. 교육부는 서남대의 횡령금액인 333억 원을 완납해야 한다는 절차상 조건을 문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향후 21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상, 333억 원을 먼저 내야 한다는 절차상 관례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학교 정상화와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서울시장까지 보증한 우리의 투자 계획이 서남대를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까지 나서 공신력 있는 약속까지 한 이상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학생·학부모·교직원과 지역사회를 위해 하루빨리 학교가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었으면 합니다.”

―새 정부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대입체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 저하 등으로 대학이 학생 선발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는 동의합니다. 대학 입시 체제의 변경에는 사회적 동의와 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될 공산이 큽니다. 결국 면접 등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됩니다. 우리 학교도 수시 선발이 75% 정도 되는데 교수들이 30분 정도의 면접만으로 학생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니 수용해야 하겠지만 비용이나 결과의 공평성 및 합목적성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각 대학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 대학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융합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양교육과정을 전면 개편·강화했습니다. 교양교육의 체제와 교육방식을 강의실에서의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스스로 문제를 발굴하고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역량함양 중심,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지식의 심도와 넓이를 갖추고 여러 전문성을 적절히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자유융합대학’을 설립해 ‘융합전공학부’ 신입생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창업세미나룸, 3D창작터의 공간 등 시설 지원뿐 아니라 창업캠프·창업강좌·창업경진대회 등을 통한 창업 지원, 개인 차원의 창업뿐 아니라 학교 차원의 창업아이템을 발굴하는 등 학생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해 볼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임기 4년 중 2년이 지나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지난 2년간의 성과와 함께 남은 2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은 무엇인가요.

“교수 때는 ‘교육’이라는 큰 명제보다는 개인의 연구를 많이 생각했는데 총장이 된 이후에는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어떻게 4년 후 훌륭한 인재로 만들어 사회에 내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저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 됐습니다. 총장으로서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미래 융합시대에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기본 소양을 키워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그런 관점에서 여러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학생 100명을 선발해 무조건 해외에 보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온종일 공부만 하는 게 인생에서 과연 바람직한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운동도 하고 다 같이 어울리는 자리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최근 학교 도서관 1층을 개방형을 바꿨는데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것입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