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위기 고조 속 兵役 단축, 국방력 약화 자초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중에 21개월 군 복무 기간(육군 기준)을 18개월로 단축하고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을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를 뛰어넘어 잇겠다는 정책이다. 본질은 군의 과학화와 정예화를 통해 양(量)의 군대를 질(質)의 군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문 정부 5년 동안 직면할 안보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국방력 약화만 자초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북핵·미사일 위기에다 중국·일본의 군비 경쟁과 동북아 신(新)냉전 등 안보 환경이 노 정부에 비해 훨씬 악화했다. 노 정부 국방개혁이 수정된 것도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문이었다. 둘째, 현 정부가 추구하는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병역(兵役) 단축과 함께 진행할 경우,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예산 문제다. 국방예산을 GDP 대비 2.9%로 증액하겠다고 하나,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 구축에만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부사관 인력 확충 등 인건비도 대폭 늘려야 한다. 복지 공약을 감안할 때 증액 자체도 의문시된다. 넷째, 저출산으로 병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고, 군 숙련도 저하 현상도 우려된다. 다섯째,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역(戰域)에서 병력 수는 여전히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18일 “북한과 대화를 추구해도 압도적 국방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밝혔듯이, 국방개혁은 여론이나 표(票)가 아닌 ‘압도적 국방력’이 궁극의 기준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6대 중점 과제의 첫 번째가 ‘본인이 가고 싶고 부모들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병영문화 창조’다. 국방개혁도, 싸워 이기는 강군도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