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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권 시대, 지방의회가 이끈다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1일(金)
간접흡연 방지·생활임금… 법률이 놓친 민생, 조례가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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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2번 출구 앞에 금연 구역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새겨져 있다. 자료사진

- ③ 삶의 질 높인 우수 조례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시간당 흡연자수 86% 감소

지자체 소속·하도급 근로자에
최저임금의 1.2~1.5배 지급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 마련
중소서점 재고도서 구매 지원

“초당적으로 의회 운영해야
시민 만족 조례 만들수 있어”


지방의회는 조례 제·개정 권한을 갖고 있다. 조례는 법 체제상 헌법과 법률에 종속돼 있지만 국민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법적 위상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방의회는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26년간 국민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은 많은 조례를 제·개정해 왔다. 지방의회는 헌법과 법률이 규정할 수 없는 틈새를 찾아내 조례를 통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며 신장시키는 민주주의 파수꾼 역할을 해 왔다.

2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5년 10월 제정된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는 금연문화 확산의 새로운 장을 연 조례로 평가받고 있다. 막연하게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간접흡연’에 대한 규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조례에 근거해 지난해 5월 1일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 출입구 1662곳에서 10m 이내는 금연구역이 됐다. 6월부터 8월까지 계도기간 3개월을 거쳐 9월부터는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담배업계 관계자가 “이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고 푸념했을 정도로 조례의 위력은 강력했다.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지정 1주년인 올해 5월까지 7105건의 흡연 행위가 단속됐다. 또 금연구역 지정 전 출입구별 시간당 39.9명에 이르던 흡연자가 지정 후 시간당 5.6명으로 86.1% 감소하는 등 출입구 주변 흡연실태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조례가 비흡연자 권익보호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5년 1월 제정된 ‘서울시 생활임금 조례’가 있다. 2013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서울시도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소득 격차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이 직접 고용한 인력 및 공공 계약을 체결한 하도급 소속 근로자다. 매년 노사정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큰 진통을 겪지만,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 소속 근로자들은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보장받는다.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최저임금의 1.2∼1.5배 수준으로 정해진다. 서울시의 경우 3인 가구 가계지출모델을 활용해 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생활임금은 처음 시행했던 2015년 시급 6687원에서 2016년엔 7145원, 올해 8197원을 기록하며 매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웃돌았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생활임금을 9000원대, 2019년엔 1만 원대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올리며 ‘2020년 1만 원’ 공약 달성에 시동을 건 것보다 지자체인 서울시가 1년 더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제정된 ‘서울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지역 중소 서점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올해 1월 도서 유통업계 2위인 송인서적이 1차 부도를 내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몰렸을 때 서울시가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하고, 재고도서 구매 예산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었던 근거가 조례에 있었다. 전국 3614개 출판사 중 66.7%인 2411개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조례가 국내 출판업계를 살린 한줄기 ‘빛’이 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민생 조례 탄생을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의회에 미치는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단체장과 가까운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 요청이 몰리고, 조례의 실효성을 진단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혜경 서울시의원은 “지자체에서 야당과 협치하려 하기보다 단체장에게 협조적이고, 당적이 같은 의원들과 조례 발의를 협의하는 일이 많은데 결국 초당적으로 의회를 운영해야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조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현재 서울시의회에 ‘청원’ 제도가 있다”며 “의정과 지역 사회에 열정을 가진 주민들의 청원서가 제출되면 의원들이 청원인과 면담하는 등 청원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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