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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1일(金)
‘야누스의 색’ 빨강이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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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문화사 / 스파이크 버클로 지음, 이영기 옮김 / 컬처룩

올해는 68일이다. 삶이 팍팍한 직장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달력 속 ‘빨간 날’ 말이다. 북미권 국가와 유럽 국가에서도 ‘레드 레터 데이(Red-letter day)’는 공휴일이나 일요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는 중세시대 채색 필사본에서 몇몇 단어를 검정 잉크가 아닌 빨간 잉크로 표시하던 것에서 유래했는데, 달력에선 중요하거나 기념해야 하는 날을 의미하는 데 쓰였다. 빨간 날과 달리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존재도 있다. 최근 신문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 ‘레드라인(Red line)’은 넘어서는 안 될 최후의 행동선을 가리킨다. 금지와 퇴장을 의미하는 ‘레드카드(Red card)’도 있다. 이처럼 빨강이라는 색을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이 신화, 종교, 과학, 언어학, 고고학, 인류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빨강의 일대기를 추적하는 것은 그 근원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다.

책은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들에 빨간색 안료로 그린 소가 등장하는 이유에서부터, 빨간색을 얻는 천연 염료 코치닐을 둘러싼 각국의 쟁탈전이 오늘날 국제 무역 질서를 형성하는 데 주요한 계기가 됐다는 사실까지 풀어낸다. 빨강은 사회적 계급과 계층의 구분도 해체했다. 조선시대 왕의 용포에서 보듯 빨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실과 귀족들이 선호하는 색이었으며, 동시에 붉은 깃발은 흔히 공산주의·혁명·노동자를 상징하기도 했다. 기독교 전통에서 최고 단계의 천사인 세라핌이 항상 빨간색으로 색칠됐지만 빨간색은 동시에 악마와 지옥 불, 세속적 사랑, 퇴폐미를 표현하기도 했다. 책의 결론은 빨강이야말로 결국 열정과 수난,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야누스의 색’이라는 것이다.

빨강이 전 인류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분명한 것은 빨강이 다른 색보다 훨씬 강한 감정, 혹은 열정, 에너지를 환기시킨다는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빨강은 검정과 하양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색이라고 인식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빨강이 서로 적대하는 것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빨강이 서로 상반된 것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순적이고 역동적인 삶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빨강은 양 극단 사이에서 모든 것을 상징할 수 있으며 어떤 관점을 선택할지는 결국 우리 각자의 몫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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