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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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시간 /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염혜은 옮김 / 눌와

흙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흙과 생물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 발자취를 탐구한 책이다.

일본 교토(京都)대에서 토양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흙의 산성화에 대한 연구 중 ‘산성=악’이라는 편견을 뒤엎는 발견을 한 후 흙과 동식물의 상호작용을 조망했다.

5억 년 전에 지표면에 처음 등장한 흙은 도대체 무엇이며, 동식물과의 관계 속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또 미래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등을 과학적 연구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보여준다. 생물들이 저마다 신기한 행동을 하는 모든 근원에는 흙이 있다. 흙의 존재가 지구를 화성과 구별지으며 생물을 키워왔고, 모든 생물은 흙에서 얻은 양분으로 변화하고 공존했다. 진화론의 찰스 다윈도 흙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 맞춰 생물도 변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저자가 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흙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황사와 미세먼지 등 흙의 위기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자초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가혹한 대지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의 전략, 척박한 토양을 극복해온 선조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