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넥슨서 받은 4억 뇌물…‘130억 시세차익’ 추징 못해

- 항소심, 1심서 무죄였던 주식매수대금 유죄 판결

징역 4년 → 징역 7년 선고
“주식취득기회 받은건 무죄
4억원·고급 승용차만 뇌물”

김정주 징역2년·집행유예

현직 검사장 최초로 뇌물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된 진경준(50)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이른바 ‘공짜 주식 뇌물’ 혐의 중 주식매수대금 제공을 제외한 주식 취득 기회 제공 부분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로 판단됐다. 넥슨 주식 1만 주 구입대금으로 받은 4억여 원만 뇌물로 인정됨에 따라 130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올린 진 전 검사장에게 또다시 추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됐다. 2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의 뇌물죄 일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1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49) 넥슨 대표로부터 받은 고급 승용차와 주식매수대금 4억2500여만 원의 현금 등은 다른 검사가 수사를 담당할 경우에도 검사의 직무 권한을 이용해 다른 검사의 사건을 확인해 줄 것이란 기대에 따라 건네진 뇌물로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등이 인정돼 이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파기한다”며 징역 7년에 벌금 6억 원·추징금 5억여 원을 선고한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 취득 기회를 제공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이상백 전 넥슨 미국법인장이 주식을 매도하려 하자 김 대표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주가 생길 것을 우려해 진 전 검사장을 연결시켜 준 것일 뿐으로 보여 무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가 진 전 검사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일부를 유죄로 판단함에 따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뇌물 유죄 판결과 관련,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직무 관련성에서 직무란 ‘지금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더라도 법률상 일반적인 직무라면 공무원이 담당할 일체의 직무’를 일컫는다”면서 “김 대표가 진 전 검사장에게 제공한 승용차와 주식매수대금 등은 ‘회사 업무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는 김 대표의 진술과 진 전 검사장이 이 같은 대금 수수 사실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로 송금받는 등 정황을 참작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넥슨 공짜 주식’ 등 진 전 검사장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전부 무죄로 보고, 진 전 검사장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등만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진 전 검사장은 △김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과 법인 명의의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 여행 경비 등 명목으로 9억5000만여 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서용원(68) 한진 대표에게 압력을 가해 처남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