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에다 ‘정규직化 지침’, 채용절벽 생각 않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가 20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본격 시동을 걸었다. 공공부문 852곳의 비정규직은 기간제 근로자 19만여 명,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12만여 명을 합쳐 31만여 명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정규직이 되는 건 아니다. ‘향후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근무 조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60세 이상, 전문직 등이 제외됐다.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교사도 정규직 대상에 들지 못했다. 정규직화(化)하는 비정규직은 전체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정부의 ‘제로’ 장담과 달리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애는 건 환상임을 자인한 셈도 된다.

찬반을 떠나 정규직화는 고용 경직성과 인건비 부담을 불러온다. 정부는 추가 비용이 별로 없을 거라고 하지만, 각종 복지 혜택이나 상여금·퇴직금 등을 정규직에 맞추려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3분의 2가 지난해 적자인 상황이라 여유도 없다. 적자는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이다. 기존 정규직 임금과 숫자라도 줄여 경영 정상화 노력을 해야 할 판인데, 노·사 행태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성과연봉제까지 문 정부가 앞장서서 뒤집는 판이다. 해법은 두 방향뿐이다. 정부에 손을 벌리거나, 아니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은 청년 구직자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일자리다. 정부의 정규직화 드라이브가 민간 기업을 압박하면 채용절벽은 더 확대될 것이다.

앞서 16.4% 고율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도 현실화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주유소·음식점·PC방 등에서 무인·자동화 설비가 속속 도입되면서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통계청 조사로는 2015년 기준 전국 편의점 평균수익은 월 155만 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에도 못 미친다. 망하지 않으려면 인력을 줄여야 한다. 게다가 상여금·비고정 수당이 포함되지 않은 산정 방식 때문에 연봉 4000만 원대의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희한한 일도 벌어진다. 호봉제에 따라 연쇄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신규 채용 여력은 더욱 줄어든다. 어려운 처지의 구직자·근로자에게 설상가상이다. 이제라도 고용정책을 원점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