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7.20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5일(火)
(1173) 57장 갑남을녀 - 6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아이고, 너, 지금 어디 있냐?”

대뜸 이석호가 물은 순간 이성갑은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 중소기업 총무부장으로 명퇴를 한 후에 지금 6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 성실하지만 요령이 없어서 리베이트를 먹은 부하 과장들이 40평대 아파트에 사는데 부장은 30평짜리에 산다고 어머니한테 만날 구박을 듣던 아버지, 외아들인 이성갑한테 큰소리 한번 못 치던 노쇠한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2주 만에 이성갑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예, 한시티에 있어요, 아버지.”

한시티 시간은 낮 12시 50분, 한국은 11시 50분일 것이다. 오늘은 아버지가 경비 근무인가? 그때 이석호가 다시 물었다.

“돈은 있어?”

“예, 아버지.”

“몸은 괜찮여?”

“예, 아버지, 어머니는요?”

“집에 있다.”

그러는 걸 보니 아버지는 경비근무다. 하루 쉬고 하루 일하는 경비근무인 터라 근무하지 않을 때는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집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걱정 말고.”

이석호가 먼저 말을 잇는 이유는 뻔하다. 자식 성품을 아는 터라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이다.

“내가 네 계좌로 1000불쯤 넣어주마, 또 돈이 필요하면 말해라.”

1000불이면 아버지 월급의 삼분지 이다.

월급이 150만 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저 취직했어요.”

이성갑이 말했을 때 이석호는 가만있었다. 말을 들었지만 그것을 뇌에서 다시 한 번 듣는 것 같다. 이석호가 물었다.

“무슨 말이냐? 취직하다니?”

“예, 여기 한시티의 컴퓨터 수리 업체인데요, ‘부루스타 컴퓨터’라고…….”

“…….”

“거기 AS 팀장으로 과장대리가 되었어요, 아버지.”

“아이고, 이런…….”

“월급이 5000불이고요. 방 2개짜리 숙소가 제공돼요. 숙소에 가전제품이 다 있어서 몸만 들어가면 되었어요.”

“어, 저런…….”

“아버지, 제 주소 불러드릴 테니까 제 옷하고 쓰던 물건 좀 보내주세요.”

“아, 그래야지.”

정신이 난 이석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소 문자로 보내라.”

“예, 아버지.”

“네 어머니가 아침마다 교회에서 나가서 기도하더니 기뻐서 춤을 출 거다.”

“예, 아버지, 제가 연락할게요.”

“그래야지, 지금 해라.”

“제가 카톡으로 제 숙소 사진하고 회사 사진까지 보내드릴게요.”

“어, 그래, 그래.”

“제가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이곳으로 초청하려고 해요.”

“아, 그건 나중에.”

들뜬 이석호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네 어머니하고 연락하고 나서.”

그러고는 이석호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귀에서 뗀 이성갑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그때 문득 이것이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가슴이 벅차면서 모두에게 고맙고, 자신이 자랑스러운 이 감정,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중이다. 이성갑이 아직도 쥐고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한시티에 온 지 오늘로 2주째, 부모는 걱정이 되었지만 이성갑이 연락을 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전화를 하면 이쪽을 재촉하는 느낌이 들까 봐 그랬겠지.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부모 자식 관계다.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21세기판 마타하리?…“러시아 女스파이 몸로비까지”
▶ ‘동료에서 적으로’…신일그룹 ‘150조 보물선’ 악연
▶ “쓸데없는 훈시질”…北, 文대통령 ‘엄중심판’ 발언 원색비..
▶ 에쿠스 탄 여성 출근길 대구 도심에 1500만원 뿌려
▶ “나라의 적폐” “징징대지마”…소상공인에 ‘비수 댓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南 당국, 美 눈치만 살펴…남북간 중대문제 표류” 불만 표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남측 당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mark“나라의 적폐” “징징대지마”…소상공인에 ‘비수 댓글’
mark“싸게 팔 바엔 버린다”…버버리, 5년간 1300억원치 소각
블록버스터 맞먹는 ‘젖소 부인’… 에로물 연대기
박근혜 ‘국정농단’ 2심도 징역 30년·벌금 1185억 구..
21세기판 마타하리?…“러시아 女스파이 몸로비까지..
line
special news ‘의병장 후손’ 피겨 영웅 데니스 텐 피습 사망
대한제국 의병대장 민긍호의 후손…대낮에 괴한 2명에 당해 카자흐스탄 피겨 스케이팅 영웅인 한국계 데..

line
‘동료에서 적으로’…신일그룹 ‘150조 보물선’ 악연
에쿠스 탄 여성 출근길 대구 도심에 1500만원 뿌려
‘노회찬 불법자금 의혹’ 특검 첫 구속영장 기각…수..
photo_news
에어버스 ‘하늘 나는 고래’ 초대형수송기 시험..
photo_news
피겨 민유라·겜린, 깨졌다···1억4천 후원금 탓?
line
[북리뷰]
illust
20세기 한국 정치 키워드는 ‘신파’였다
[인터넷 유머]
mark난센스 퀴즈 mark대화를 끊게 만드는 말 베스트10
topnew_title
number “800만원 들고 서울행 KTX 탄 여성을 내리게..
현직 경찰관이 길 가던 女 ‘강제추행’…현행..
리버풀, ‘골키퍼 최고 몸값’ 956억원에 알리..
벌목작업 하던 60대 전기톱에 목 다쳐 숨져
직장 女상사 강제로 껴안은 30대 남성 벌금..
hot_photo
경찰·시민 힘합쳐 택시 ‘번쩍’…차..
hot_photo
배우 김진우, 가을 결혼…신부는..
hot_photo
박서준 ‘이 녀석’, 너무 잘나가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