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8.24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5일(火)
(1173) 57장 갑남을녀 - 6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아이고, 너, 지금 어디 있냐?”

대뜸 이석호가 물은 순간 이성갑은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 중소기업 총무부장으로 명퇴를 한 후에 지금 6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 성실하지만 요령이 없어서 리베이트를 먹은 부하 과장들이 40평대 아파트에 사는데 부장은 30평짜리에 산다고 어머니한테 만날 구박을 듣던 아버지, 외아들인 이성갑한테 큰소리 한번 못 치던 노쇠한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2주 만에 이성갑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예, 한시티에 있어요, 아버지.”

한시티 시간은 낮 12시 50분, 한국은 11시 50분일 것이다. 오늘은 아버지가 경비 근무인가? 그때 이석호가 다시 물었다.

“돈은 있어?”

“예, 아버지.”

“몸은 괜찮여?”

“예, 아버지, 어머니는요?”

“집에 있다.”

그러는 걸 보니 아버지는 경비근무다. 하루 쉬고 하루 일하는 경비근무인 터라 근무하지 않을 때는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집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걱정 말고.”

이석호가 먼저 말을 잇는 이유는 뻔하다. 자식 성품을 아는 터라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이다.

“내가 네 계좌로 1000불쯤 넣어주마, 또 돈이 필요하면 말해라.”

1000불이면 아버지 월급의 삼분지 이다.

월급이 150만 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저 취직했어요.”

이성갑이 말했을 때 이석호는 가만있었다. 말을 들었지만 그것을 뇌에서 다시 한 번 듣는 것 같다. 이석호가 물었다.

“무슨 말이냐? 취직하다니?”

“예, 여기 한시티의 컴퓨터 수리 업체인데요, ‘부루스타 컴퓨터’라고…….”

“…….”

“거기 AS 팀장으로 과장대리가 되었어요, 아버지.”

“아이고, 이런…….”

“월급이 5000불이고요. 방 2개짜리 숙소가 제공돼요. 숙소에 가전제품이 다 있어서 몸만 들어가면 되었어요.”

“어, 저런…….”

“아버지, 제 주소 불러드릴 테니까 제 옷하고 쓰던 물건 좀 보내주세요.”

“아, 그래야지.”

정신이 난 이석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소 문자로 보내라.”

“예, 아버지.”

“네 어머니가 아침마다 교회에서 나가서 기도하더니 기뻐서 춤을 출 거다.”

“예, 아버지, 제가 연락할게요.”

“그래야지, 지금 해라.”

“제가 카톡으로 제 숙소 사진하고 회사 사진까지 보내드릴게요.”

“어, 그래, 그래.”

“제가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이곳으로 초청하려고 해요.”

“아, 그건 나중에.”

들뜬 이석호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네 어머니하고 연락하고 나서.”

그러고는 이석호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귀에서 뗀 이성갑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그때 문득 이것이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가슴이 벅차면서 모두에게 고맙고, 자신이 자랑스러운 이 감정,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중이다. 이성갑이 아직도 쥐고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한시티에 온 지 오늘로 2주째, 부모는 걱정이 되었지만 이성갑이 연락을 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전화를 하면 이쪽을 재촉하는 느낌이 들까 봐 그랬겠지.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부모 자식 관계다.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트럼프가 내 목에 입김 불어넣어…닭살 돋았다”
▶ 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
▶ 보수성향 태극기집회 주도자들 ‘내란선동 혐의’ 수사
▶ “철수땐 20만명 실직”… ‘한국GM 붙잡기’ 仁川이 일어섰..
▶ “김정은, 美공격시 부인·전문가와 中으로 탈출 원격지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99년 ‘대우사태’ 재연 위기감기업 사라지면 지역경제 붕괴政財界·시민 ‘쉐보레 사주기’勞도 “상생 발전 방안 찾겠다”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mark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mark보수성향 태극기집회 주도자들 ‘내란선동 혐의’ 수사
文, 외교부 ‘질책’… 靑, 류영진 ‘경고’… 각 부..
살충제 계란에 유해 생리대…‘케미포비아’ 확산
이통3社에 6중 압박 융단폭격 ‘甲질 정부’
line
special news ‘탑과 대마초’ 한서희 “내가 먼저 권유 안해”..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자신..

line
온라인 투표자 4만2556명… 안철수, 힘 받나
“철수땐 20만명 실직”… ‘한국GM 붙잡기’ 仁川..
“최강 ‘멀티태스킹 폰’… 삼성전자의 역사 절정..
photo_news
육군 중사 만취 승용차 한밤중 도로에 ‘벌러덩’
photo_news
배우 류수영-박하선 “부모 됐어요”… 첫딸 출산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93) 58장 연방대통령 - 6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까불지 마라 vs 웃기지 마라
mark아저씨들한테 10가지만 전해라∼
topnew_title
number “트럼프가 내 목에 입김 불어넣어…닭살 돋..
정유라도 탐낸 ‘몰타 시민권’ 12억원이면 산..
복싱-격투기 최강의 ‘맞짱’…누가 이길까
제2자유로 갓길에서 알몸으로 있던 여성 붙..
학부모들과 부적절한 관계 맺은 사립고 진학..
hot_photo
사랑에 빠진 혜리, 영화 ‘물괴’ 끝..
hot_photo
형은 선수 동생은 코치
hot_photo
선미 “JYP 떠나 새로운 도전…믿..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