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4S 분석] 50대 “인물관계 겉돌아” 40대 “끊기는 전개 아쉬워” 30대 “재미·볼거리 충분”

‘30·40·50’ 영화기자 3人이 본 ‘군함도’

올해도 어김없이 극장가 ‘여름 대전’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오는 26일 포문을 여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해방을 앞둔 일제강점기 말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하시마(端島)섬(일명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탈출기를 그렸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티켓파워’를 갖춘 톱스타들을 내세웠고 군함도 실제 크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대규모 세트를 지어 사실감을 높였다.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영화를 50대(김구철 부장·이하 철), 40대(김인구 차장·이하 구), 30대(안진용 기자·이하 용) 등 3명의 영화담당 기자가 각자의 시각으로 꼼꼼히 뜯어봤다. 스토리(Story·전개 방식, 개연성 등), 스타(Star·연기력, 입체감 등), 스태프(Staff·연출력, 미술·음악 등), 스코어(Score·앞 세 요소를 고려한 예상 관객 수) 등 ‘4S’ 요소로 분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옥 같은 섬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 ‘군함도’는 지금까지 나온 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힘있게 펼쳐냈다. CJ E&M 제공

[Story] “다른 일제강점기 소재 영화들과 차별화”

“‘충무로 이야기꾼’ 류승완 감독이 그동안 나왔던 일제강점기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힘있게 잘 풀어냈는데 이상하게도 감정이 올라오질 않더라고요.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인데 이 영화를 보고는 눈물이 맺히지도 않았어요.”(철) “저는 눈물이 살짝 고이다가 마르더라고요. 이야기가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재미도 있지만 등장 인물이 많고, 풀어낼 이야기도 많아서인지 툭툭 끊기는 게 아쉬웠어요. 결말로 가기 위해 갑자기 등장하는 설정들도 거슬렸고요.”(구) “류 감독은 영화로나마 조선인들을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시키며 대중의 바람을 충족시켰죠. 대중이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 기준은 ‘재미있냐?’죠. 그런 면에서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영화를 세세하게 뜯기 전에 ‘큰 그림’으로 보는데 두 분은 너무 분석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용) “아, 제 문제군요(웃음). 15년 넘게 영화담당을 하다 보니 직업병이 생긴 것 같네요. 그래도 이 영화는 절절한 느낌이 없었어요. ‘탈출’이라는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겉도는 게 가장 어색했어요.”(철)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용) “저도 몇몇 튀는 부분이 분명히 보였어요. 결말에만 신경 쓰며 앞부분을 맞춰나간 느낌이에요. 저도 영화담당을 오래 해서 그런 걸까요(웃음).”(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지섭(왼쪽부터), 황정민, 김수안, 송중기, 이정현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인물 관계가 겉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CJ E&M 제공

[Star] 30·40·50대 “아역 김수안 연기 으뜸” 만장일치

“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 중 쟁쟁한 주연 배우들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은 것 같아요. 어느 배우가 연기를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나요.”(철) “황정민의 딸로 나오는 아역 배우 김수안의 연기가 으뜸이죠. 다들 소위 ‘삑사리’를 내지 않고 제 몫을 해냈지만 김수안이 가장 밀도있게 감정을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가 우는 장면에서 울컥하더라고요.”(구)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전형적이지만 김수안이 맡은 소희 역은 차별화돼 있어요. 황정민이 맡은 강옥은 이야기를 받쳐주는 뿌리고, 소지섭(칠성)과 송중기(무영)는 단단한 줄기와 가지예요. 김수안은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후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꽃이나 열매죠.”(용) “저도 김수안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해요. 무겁고 어두운 소재라 관객들이 쉬어갈 여유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김수안이 잘 해냈죠. 다른 배우들은 다들 제 몫을 했지만 송중기가 가장 겉도는 캐릭터를 보여준 것 같아요.”(철) “송중기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어요.”(구) “아무래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연기한 유시진 대위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드라마 후광이 워낙 커서 박한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먼저 개봉했다면 다른 평가가 나왔을 거예요. 물론 그 부분도 배우가 짊어져야 할 몫이죠.”(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류승완(오른쪽) 감독이 배우 이정현의 연기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CJ E&M 제공

[Staff] 50대 “류 감독 色 옅어져” 40대 “전작에 비해 헐거워”

“류 감독은 ‘베를린’ 이후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죠. 하지만 ‘군함도’에서는 자신의 색을 제대로 못 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투자사 등 많은 ‘사공’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면 그 배의 선장인 류 감독에 대한 연민도 드네요.”(철) “류 감독으로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어요.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소재를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섞어서 잘 보여줬어요. 프로덕션에도 공을 들였고요. 송중기와 민초들이 함께 촛불을 드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그럼에도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네요.”(구) “류 감독은 멀티 캐스팅에 능한 감독이에요. 이번에도 그걸 증명했죠. 모든 등장인물을 어루만지고 중하게 써요. 다만 전작인 ‘베테랑’이 워낙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 상대적으로 ‘군함도’의 헐거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 같아요.”(용) “종합해보면 류 감독이 국내 투자·제작 시스템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군요.”(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군함도 3분의 2 크기로 만들어진 영화 세트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CJ E&M 제공

[Score] 30대 “1000만 기대” - 40대 “800만” - 50대 “600만”

“투자사에서 말하는 이 영화의 총제작비가 250억 원 정도이니 830만 명의 관객을 모아야 본전을 찾는군요. 각자 예상 관객 수를 말씀해 주세요”(철) “당연히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될 겁니다. 스토리텔링, 볼거리, 웃음과 감동,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1000만 영화의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이니까요. 순제작비 220억 원에 홍보·마케팅 비용 70억∼80억을 더하면 손익분기점이 1000만에 가까운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죠. 그런데 김 부장이 최종 관객 수를 잘 맞히시잖아요(웃음).”(용) “제가 좀 맞히는 편이죠(웃음). 근데 이 영화는 좀 애매해요. 흥행이라는 게 영화 자체의 힘도 있어야 하지만 개봉 시기, 경쟁작 등 변수가 많잖아요. 개봉 전 분위기로 봐서는 1000만을 훌쩍 넘길 것 같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안 좋게 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600만 명 정도 봅니다. 물론 그 이상 들겠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딱 그 정도예요.”(철) “류 감독답게 액션 장면을 잘 만들었어요. 작심하고 만든 것 같아요. 마지막에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갈라서 탈출의 도구로 쓰는 장면도 의미심장하고요. 하지만 류 감독의 그런 ‘돌직구’ 연출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800만 명을 예상합니다. 근데 스코어 맞히면 뭐 주나요? 하하”(구)

정리=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