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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4일(月)
北 ICBM은 ‘제2 진주만 기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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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하와이주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에 대비해 오는 11월부터 매달 주민대피 훈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대비책을 준비 중이다. 하와이에선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미군 2403명이 전사했다. 현재 인구 140여만 명의 하와이는 연간 관광객이 900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 명소다. 관광객들도 호놀룰루 상공에서 핵폭탄이 터진 것에 대비한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1776년 독립전쟁과 그 직후의 미·영 전쟁(1812년) 이래 외침을 당하지 않았는데 유일한 예외가 진주만이다. 이런 미국이 핵 공격 대비 훈련에 들어가는 것은 ‘제2 진주만’ 사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반영이다.

미국은 또 8월 말부터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북한 제재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유사시 ‘미국인 인질’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북한의 ICBM 발사 후 워싱턴에서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 “중국 공산화 후 동북아 정세의 최대 재편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81%가 북한을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런 판단을 반영한 듯 북 ICBM을 막기 위해 모든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북한을 겨냥해 대량파괴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을 입안한 로버트 조지프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다. 그는 최근 내셔널 리뷰 기고문에서 “북한의 ICBM 개발은 북핵 문제가 제재와 외교만으로는 풀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외교·군사·정보·금융 등을 통한 전방위 봉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외교전 차원을 넘고 있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22일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레짐 체인지까지 언급했다. CIA는 대북 전담 ‘코리아 임무 센터(KMC)’를 개설한 바 있다. 주한미군도 오는 10월엔 501 정보여단에 524 정보대대를 신설, 대북 휴민트 업무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무부는 북한 거래 제3국 기업 제재안을 내놓았고, 법무부는 씨티그룹 등 8개 대형 은행의 북한 연계단체 거래대금 7억 달러 압류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의 기류와는 정반대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요직에 포진한 ‘자주파’의 좌장으로도 불리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대북 제재는 만능 부적이 아니다”면서 제재 아닌 대화를 주장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일관되게 ‘현재는 북한과 대화를 할 조건이 아니다’라고 한다. ‘제재는 외교의 수단’식으로 애매하게 봉합됐던 한·미 정상의 북핵 해법은 벌써 유명무실해질 위험에 처했다. 이런 이견은 동맹 균열 요인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세종연구소 논평에서 “북 ICBM으로 인해 한·미 동맹은 한국전쟁 후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고 했다. 미 정부에서 40년 가까이 양국관계를 지켜본 인사의 판단이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세미나에서 “한·미 간 대북 인식 차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큰 상태”라고 분석했다.

문 정부는 북한의 ICBM을 대미 협상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그 위협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ICBM을 ‘제2의 진주만 공격 현실화’로 간주할 만큼 미 본토에 대한 실제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9·11 테러의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 주류 인사들은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북한 레짐 체인지에 나서든지, 아니면 북한 요구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용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하나님이 미국을 축복한다(God bless America)”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 지을 때가 많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한다는 냉혹한 미국 우선주의적 발상이기도 하다. 동맹의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북핵 인식 차부터 좁혀야 한다. 군사회담 제의 때도 ‘협의 아닌 통보’였다고 한다. 솔직함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좋은 경찰-나쁜 경찰’ 식의 역할 분담도 그 뒤에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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