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 기능 폐지 방침’ 논란

대통령 직속委로 이관 검토
전문가 “안보위기 부를 우려”

국가정보원이 대공(對共)수사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정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고 탈북자를 이용한 대남 공작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수사력 약화를 넘어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서훈 국정원장은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정부 다른 기관으로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기능을 폐지하되 대공수사 기능을 국정원에 그대로 두는 방향을 검토해 왔다. 서 원장이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후보자 청문회에서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은 국정원”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청와대도 강력한 의지를 거듭 피력해 국정원이 결국 대공 수사 기능을 폐지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수사권을 어디로 넘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에는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토록 돼 있으나 대통령 직속으로 정보수사위원회(가칭) 등을 두는 방향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이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등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일부 사건을 빼고는 대공수사 업무에 가장 유능하다”면서 “경찰, 기무사, 국정원이 서로 견제하면서 대공 업무를 해야 정보력도 올라가는데 허점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공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보원 관리와 보호인데 일반 경찰은 사실상 하기 힘들고, 국정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간첩들이 남한에 우글대도 뭘 안 하겠다는 건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정원법 개정 사안이라 야당이 반대할 경우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