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반’ 논란 ‘靑 - 기업인 대화’… 진솔한 만남 될까

15대 기업 2개 그룹으로 나눠
“기업별 구분 의미 없다”지만
모범기업 오뚜기 가는날 주목

청와대가 기업인과의 대화를 추진하면서 이른바 ‘우열반 구별’ 논란을 자초하는 바람에 만남도 이뤄지기 전에 성과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법인세 과세 최고구간 신설 등 대기업이 민감하게 여기는 주요 이슈에 대해 이미 방향을 결정한 뒤 이뤄지는 대화 자리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르면 24일쯤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논의해 오는 27·28일로 예정된 만찬에 참여하는 기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허심탄회한 대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초청 대상 15개 기업을 2개 조로 나눠 각각 7개, 8개 기업 대표자들을 차례로 초청할 예정이다. 청와대 정책실에서는 당초 대기업과의 만남 자리를 하루로 잡았지만, 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틀로 일정이 늘어났다.

재계 등에서는 날짜별 초청 대상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날 “기업인 간담회는 상생·협력을 잘 실천한 기업에 대한 격려 의미가 있고, 열심히 준비하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에 대한 당부의 의미도 있다”며 “그런 것을 기준으로 (조를) 한 번 나눠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청와대는 “기업별 구분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재계 등에서는 모범 사례로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 대상에 포함된 오뚜기가 가는 날 어떤 대기업이 포함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 등이 나오고 있다. 친기업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청와대가 기업과의 첫 만남부터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청와대가 말하고 있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청와대는 모임 추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미 대화 주제에 대해 새 정부 경제철학 공유,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새 정부 국정철학 공유는 기업들에 일방적인 지침을 내리는 훈시성 내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대기업을 초청 대상으로 했으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중견기업을 함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대기업들에 내놓을 모범 답안을 이미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만남을 앞두고 분위기가 그리 우호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진솔한 대화를 위해서는 형식도 중요하지만, 참석자들이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