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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6일(水)
(1174) 57장 갑남을녀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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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는 무슨, 억눌리고 꼬여 있던 심사가 터지면서 장기만에게 덮어씌운 말이다. 김유미도 장기만과 놀아난 것에 대한 책임이 절반쯤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안다.

그날, 커피숍에서 난리 친 후에 장기만과도 결별했다. 식겁을 한 장기만이 회사에서 만나면 시선도 주지 않는 바람에 시원섭섭했다. 그리고 닷새가 지난 오늘, 오후 8시,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김유미가 핸드폰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성갑과 연락을 끊은 지 15일, 보름이 되었다. 친구 전현지가 그랬다. 헤어지고 나서 열흘이 참기 어렵다고. 그 열흘만 견디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름, 그때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핸드폰을 귀에 붙인 김유미의 심장 박동이 신호음 횟수와 비례해서 뛰었다. 전에는 이성갑이 세 번, 늦어도 네 번 만에 전화를 받았다. 화장실에 갔던 때, 쓰레기 버리러 다녀왔을 때만 빼놓고.

신호음이 12번 울린 후에 김유미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번 싸웠고 여러 번 헤어졌다가 모두 김유미가 먼저 연락을 해서 다시 만났다. 가장 길게 헤어진 것이 나흘 동안이었던가? 그런데 이번은 진짜 같다. 김유미는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허전했다. 이제 다 놓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던 때는 없었다. 장기만과 헤어질 때도 이성갑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과감할 수 있었다. 김유미가 방바닥에 내려놓은 핸드폰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순간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면서 진동으로 떨었다. 놀란 김유미가 화면을 보았다. 이성갑의 번호가 반짝이고 있다. 핸드폰을 든 김유미가 귀에 붙이고는 대답했다.

“응, 나야.”

“아, 나, 일하느라고 바빠서…….”

“일해? 지금 몇 신데?”

“여긴 오후 7시 15분.”

“어디?”

“한시티.”

“무슨 일 하는데?”

통화가 되자 김유미의 예전 버릇이 되살아났다. 조금 전 애가 달았던 반작용일 수도 있다.

“접시 닦는 일? 전단 나눠줘?”

“아니.”

“차 닦아? 주유소에서 기름 넣어?”

“나, 바빠서 전화 끊는다. 미안.”

그때 통화가 끊겼다. 숨을 들이켠 김유미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이성갑이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이다. 그것도 매몰차게.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다보면서 김유미는 가쁜 숨을 뱉었다. 그 순간 문득 한랜드가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랜드 측에서 낸 광고. 문구도 그렇고 소문도 그렇게 났다. 한랜드에 사는 사람들의 ‘눈빛이 다르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무의식중에 핸드폰 전원을 다시 켠 김유미가 이성갑에게 문자를 찍기 시작했다.

“오빠, 미안해. 전화 안 받아서 짜증이 나서 그랬어.”

내 성질을 알 테니까 이렇게 솔직히 쓰면 이해해줄 것이다. 김유미가 다시 문자를 찍었다.

“그동안 보고 싶었어. 연락해.”

손가락을 멈춘 김유미는 이렇게 저자세로 나갔다가 이성갑의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잠깐 궁리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분위기도 수상하다. 김유미가 문자를 계속했다.

“오빠, 사랑해. 난 오빠뿐이야.”

김유미가 과감하게 송신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수신 문자가 왔다.

“앞으로 연락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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