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내 이름 불러주길 갈망?… 고독한 현대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호, The Moment, 91.4×121.7㎝, 캔버스 위에 오일, 2013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후략)

김춘수 대표작 ‘꽃’의 전반부다.

예술가의 작품은 현실이나 자연에서 나온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의 현실은 ‘하나의 몸짓’ 같은 평범한 일일 것이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일은 작가가 본 현실에 생각을 심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각별한 현실로 바꾸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임무다. 문호는 현실을 그린다. 카메라를 이용해 채집한 현실에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입혀 이미지로 격상시켜 놓았다. 어떤 생각일까. 낯선 도시,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는 현대인의 고독을 발견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작가의 생각은 현대인이 겪는 절대 고독을 작품의 주제로 삼은 이유가 되었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