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공항경찰대서 목맨 뒤 사망한 의경, 시신에 구타 흔적 있다”

지난 5월 13일 부대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뒤 11일 만에 숨진 서울지방경찰청 김포공항경찰대 소속 박모(22) 일경의 시신에서 구타 흔적이 발견됐다고 군인권센터가 밝혔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군 소장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박 일경의 사망과 관련해 구타 사실은 없다고 브리핑한 바 있지만, 시신에선 사망 전 발생해 회복 중이던 멍 자국이 왼쪽 허벅지 뒤편과 종아리에서 발견됐다”며 “멍의 크기로 보아 진압봉과 같은 것에 의한 상습적인 체벌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군인권센터 운영위원)는 “유가족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검시 사진을 보면, 일(一)자로 된 멍 자국이 시신에서 발견됐고, 사망 시점 이전에 둔기에 의한 위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실은 경찰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며, 이 외에도 시신의 여러 부위에서 회복 중인 상처들이 발견됐고 상습적인 학대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일경에 대한 가혹 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초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공항경찰대 안에는 목격자와 가해자 등이 혼재돼 있다”며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구타 및 가혹 행위가 없었다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난 브리핑은 수사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셈”이라며 “허위 보고를 사실인 것처럼 브리핑한 것도 문제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