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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6일(水)
原價 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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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아파트값은 노무현 정부 내내 골칫거리였다. 치솟는 주택 가격에 원성이 쏟아지자, 집권 열린우리당은 2004년 4·15총선에서 분양가 원가(原價)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론도 좋았는데, 뜻밖의 내부 반대자가 나왔다. 노 대통령이었다. 그는 “원가 공개가 개혁적인가?”라고 묻고는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고 했다. 장사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나선 게 그때다. 수세에 몰린 노 대통령은 2년 후 끝내 소신을 접고 분양가 상한제로 타협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휘발유였다. 2011년 국제유가 인하만큼 시중가가 내리지 않자 이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휘발유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며 칼을 뽑았다. 정유업체와 주유소를 닦달했지만, 3개월간 ℓ당 100원 인하로 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통신비와 씨름했다. 2013년 ‘단통법’을 통해 똑같은 보조금을 주기로 하고, 검증을 위해 단말기 제조업체에까지 사실상 원가 공개를 요구한 것이 문제였다. 논란 끝에 삼성전자 등의 영업기밀이 유출될 위험은 피해갔다.

상품 가격이 정해진 상황에서 원가 공개 요구는 마진을 보자는 것이다. 원가는 단순한 재료비 총합이 아니다. 거기엔 원가 절감을 위한 치열한 노력, 혁신을 거듭하며 축적한 역량 등이 녹아 있다. 원가가 같다고 품질도, 가격도 똑같으라는 법은 없다. 동일 자재를 쓴 아파트도, 같은 생닭으로 만든 치킨도 스타일과 맛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원가가 아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좌우한다. 마진을 100%로 붙여도 잘 팔리는 게 있고, 원가 이하로도 안 팔리는 게 있다. 마진과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이다. 둘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가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다. 원가 구조는 개별 기업의 속살 같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니 도처에 ‘원가 공개’다. 부처마다 경쟁하듯 아파트 분양가, 닭고기, 통신비의 원가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대입 전형료도, 프랜차이즈 마진도 신상이 털릴 처지다. 정책 책임자가 원가 공개를 들먹일 때는 두 가지 경우다. 속이거나, 혹은 무지하거나. 시장의 문법,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원가 공개 타령은 여론을 업은 관음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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