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0.19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시론
[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6일(水)
‘마중물 정책’의 함정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학용 논설위원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 어릴 적 집 안마당에 있던 지하수 펌프가 종종 생각난다. 펌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얼음장 같은 물로 등목을 하면 차갑기가 에어컨 바람 저리 가라였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려면 한 바가지 물이 필요했다. 이 물을 부으며 힘껏 펌프질하면 펌프에서 샘물이 솟아 나왔다. 이때 붓는 첫물이 ‘마중물’이다. 어떤 땐 마중물을 여러 번 부어야 물이 나왔다. 아무리 퍼부어도 물 한 방울 올라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마중물도 원리가 있다. 우선, 마중물은 수원(水源)이 풍부한 곳에 부어야 성공한다. 둘째, 마중물은 보조일 뿐 주수단이 돼선 안 된다. 셋째, 마중물은 ‘본 물’이 나오는 순간 그 역할도 끝나야 한다. 마냥 쏟아부어야 한다면 더이상 마중물이 아니다. 넷째, 가장 적은 마중물로 가장 많은 샘물이 나오게 해야 최상의 마중물이다. 끝으로, 마중물을 마구 붓다간 펌프가 고장 날 수 있다. 이 원리를 저버리면 ‘마중물의 함정’에 빠져든다.

추억 속 마중물 단어가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많이 등장한다. “정부가 모범고용자로서 민간경제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공공부문이 좋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김동연 경제부총리), “최저임금 정부 보전은 마중물 차원에서 접근한 정책”(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그런 예다. 문 대통령도 추경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 노력이 마중물이 돼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길 특별히 기대한다”고 했다. 가히 ‘마중물 정부’라 할 만하다.

마중물 정책의 원조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그는 “수요 부족으로 경제가 자생력을 잃을 때 재정 지출이 마중물(priming the pump) 역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정부 소득 주도 성장의 ‘원작자’가 그이니 현 경제팀이 이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 정부의 마중물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마중물 원리로만 따져 봐도 그렇다.

두어 개 마중물 정책을 보자. 문 정부는 올해 1만여 명을 시작으로 5년간 공무원을 17만여 명 늘려 청년실업난 해소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했다. 8조2000억 원의 예산이 든다고도 했다. 대선 공약 당시 제시한 비용의 절반 수준이니 ‘과소 상계’ 냄새가 짙다. 문제는 일단 이들을 뽑으면 향후 20∼30년간 혈세가 족히 350조 원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마중물은 샘물이 나오면 임무 끝이어야 한다. 샘물은 찔끔 나오는데 마중물은 엄청나게 쏟아붓게 됐으니 ‘실패한’ 마중물이다.

‘압권’은 최저임금 16.4% 인상이다.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줄 마중물이 헛물만 켜고 있으니 말이다. 관련 업주는 폐업한다고 야단이고 종업원은 해고 걱정에 좌불안석이다. 연공서열 임금체계 덕에 연봉 5000만 원 근로자도 혜택을 본다니 취지도 무색해졌다. ‘100년 기업’ 경방의 탈(脫)한국은 ‘시장 복수’의 서곡이다. 오죽하면 여당 경제브레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최저임금 1만 원은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자탄할까. 이 마당에 정부는 혈세 4조 원을 끌어모아 후폭풍 뒷감당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나랏돈을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밑 빠진 독에 마중물 붓기’로 펌프까지 망가질 판이니 ‘최악의’ 마중물이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 해도 마중물 효과를 보려면 샘물이 넉넉해야 한다. 보조수단인 마중물을 붓는 건 정부지만 주수단인 샘물을 만들어내는 건 기업이다. 유혹의 마중물을 마구 부을 요량으로 얼렁뚱땅 증세를 들이대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반시장정책을 양산하고, 임금 인상을 겁박하고, 불공정거래라 혼쭐만 내면 샘물은 바닥나고 마중물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정부가 친노동·친기업 정책을 고루 병행해야 마중물도, 샘물도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자리의 ‘천적’ 규제는 중단 없이 개혁해야 한다. 집권하고도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은 방기한 채 ‘일자리’를 외치는 건 자가당착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도 외면해선 안 된다. 한국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노동개혁은 문 정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지상명령이다. 문 대통령이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당성 있는 정부가 중심이 돼 노동개혁에 나서야 성공한다” ‘유럽 경제의 병자’였던 독일 경제를 구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한 말이다.
[ 많이 본 기사 ]
▶ ‘김정은 참수부대’ 핵잠수함 미시간호 타고 한국 왔다
▶ ‘에이즈’ 20대女 상습 성매매…“10∼20명 성관계”
▶ “사타구니 채혈 필요”···女환자 속옷 갑자기 내린 의사 유죄..
▶ 아사히 “북한, 군·비밀경찰요원에 실탄 지급 시작”
▶ 40대 의사가 실습 여학생과 술자리 뒤 성폭행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특수작전용 ‘잠수정’ 탑재 포착英언론, 요원들 부산 입항 보도美해군 “일상적 항구방문일 뿐”작전 내용 안 알리는 게 관례수중침투용 S..
mark아사히 “북한, 군·비밀경찰요원에 실탄 지급 시작”
mark40대 의사가 실습 여학생과 술자리 뒤 성폭행
결혼 앞둔 경찰관이 대학 女후배 성폭행해 체..
“전쟁발발시 먼저 미사일 3종 동원해 北장사정..
재판장 “개·돼지도 이렇게 안 때려”…여중생 폭..
line
special news 에이핑크 손나은 참석 행사장에 또 폭발물 ..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참여한 행사장에 또다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

line
20대女 잔혹 폭행, 숨지자 풀숲 유기한 커플 구..
“朴 전 대통령 눈물서 영감얻어 동상 제작했어..
소득없어 국민연금 못낸다던 무직 34세 수입차..
photo_news
“이게 구치소 1인당 면적”…신문지 깔고 드러누운 노회찬
photo_news
누드사진·재벌과 계약결혼 러시아 패리스 힐턴 “大選 출마..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28) 60장 회사가 나라다 - 1
illust
[인터넷 유머]
mark남자가 지킬 10가지
mark분노가 치미는 인터뷰 기사
topnew_title
number “사타구니 채혈 필요”···女환자 속옷 갑자기 ..
“손님이 남긴 음식, 알바에게 먹여”…맛집 앞..
‘에이즈’ 20대女 상습 성매매…“10∼20명 성..
의붓 할아버지가 6년간… 10代 소녀 두차례..
금융기관장 인사,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이유..
hot_photo
강남역 한복판 옷가게에 승용차..
hot_photo
‘가시나’ 선미, 파리서 겨울 패션..
hot_photo
文대통령, T-50에 올라 ‘엄지척’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