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와 미국 ‘對北 엇박자’ 위험 수위 이르고 있다

휴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을 기해 북한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 군(軍)을 망라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을 향해 대화 호응 촉구 등 유화적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급기야 미 국무부의 동아태(東亞太) 대변인이 지난 24일 문 대통령을 향해 “한·미 정상회담 때의 대북 압박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이례적 논평까지 했다.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부 사이에 엇박자가 감지됐지만 봉합되긴커녕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미 하원은 25일 북한에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과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는 등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상원에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후에나 가능하다는 점을 명문화한 대북 금융 제재 법안이 상정됐다. 문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유화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법안에 넣을 정도로 한·미 불신이 위험 수준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상·하원은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의 스타워즈 전략을 부활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추가 제재 논의에도 진전이 있다. 미국은 중국·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대북 공격에 대비해 북·중 국경 지대에 전력 강화 조치를 취해놓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계속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천진난만하다”는 비아냥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며 또다시 북측에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남북 군사 당국 회담 제의가 27일까지 유효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문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지속할 경우, 한·미간 이견에서 끝나지 않고 동맹의 균열로까지 이어져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문 정부를 ‘패싱’한 채 독자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문 정부는 이제라도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실질적이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미 대북 공조를 하루빨리 복원함으로써 안보 불투명성을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