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2.18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8일(金)
(1176) 57장 갑남을녀 - 9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성갑에게 ‘꿈’이 있다면 ‘안정된 직장’이었다. 그 이상은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는 많은 꿈을 꾸었다. 수시로 꿈이 바뀌긴 해도 그때마다 행복했다. 그러나 차츰 현실에 부딪히면서 이성갑은 결국 ‘안정된 직장’이 최우선 목표가 됐던 것이다. 이것은 이성갑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대부분, 즉 갑남을녀(甲男乙女)가 겪는 현실이다. 이제 이성갑은 한랜드에서 꿈을 이루었다. 부루스타 컴퓨터에 입사한 지 20일째 되는 날, 이성갑은 월급을 탔다.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사장 오복수는 월급 5000달러를 지급했다. 거금이다.

“너, 사귀는 여자 없다고 했지?”

월급날 저녁, 오복수가 우리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물었다. 이성갑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오복수가 말을 이었다.

“여자 하나 오라고 했다. 너하고 비슷한 여자야. 내가 거래하는 컴퓨터회사 영업부 대리다.”

손목시계를 본 오복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곧 올 거다. 걔도 작년에 한국에서 왔는데 여기 와서 직장 잡았어.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야. 그리고 예쁘다.”

“그렇다면 저한테는 과분한데요?”

“인연이 있으면 사귀게 되는 거다. 너한테는 자신감이 필요해.”

“감사합니다.”

“인마, 직장 주고 여자까지 소개해주는 사장이 어디 있냐? 끝까지 충성해.”

“충성.”

이성갑이 입으로만 충성을 외쳤을 때 식당 안으로 여자 하나가 들어섰다. 방한복을 입었지만 옷맵시가 났고 훤칠한 키에 얼굴 윤곽이 뚜렷한 미인이다. 숨을 들이마신 이성갑이 금방 기가 죽었을 때 오복수가 떠들썩한 목소리로 맞았다.

“어서 와, 윤 대리. 여기, 내가 말했던 이 대리야.”

“아유, 반갑습니다.”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윤정혜라고 해요. 사장님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이성갑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얼굴이 붉어진 이성갑이 윤정혜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다. 종업원에게 음식을 시키고 윤정혜의 앞에 소주까지 한 잔 따라준 오복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아마 한랜드에 자네들 비슷한 남녀가 수십만 명은 와 있을 거야. 하지만 제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겠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오복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다 특별해.”

“사장님이 특별하셔서 그런 겁니다.”

의외로 이성갑이 바로 오복수의 말을 받았다.

“유유상종인가요? 제가 사장님의 눈에 띈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습니다.”

“이야, 이 대리가 여자 앞이라 그런지 그럴듯한 말을 하는구나.”

만족한 오복수가 활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계산하고 갈 테니까 둘이 놀다가. 둘이 잘 어울린다.”

오복수가 식당을 나갔을 때 윤정혜가 웃음 띤 얼굴로 이성갑을 보았다.

“거기 스물일곱이죠? 나하고 동갑이라고 들었어요.”

“아, 그래요? 친구 해도 되겠네.”

이성갑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나이가 같다니 왠지 부담이 덜해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리고 말도 술술 나온다. 오복수가 말했던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그렇지 이젠 기가 죽었다가 풀린 것이다.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중국서 폭행당한 기자 사과해야” 경찰인권센터장 발언 논..
▶ “헤어지자고?” 산악회서 만난 내연녀 살해 시도
▶ “쓰러졌다” 신고 4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작업자들
▶ “한심하다”… 38년 만에 한국전 4실점, 들끓는 일본
▶ “北 핵 절대 포기 안해…전쟁에 적극 대비해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美·中 싱크탱크 논의 北核 관련시설 장악 전망도 中전문가 “이익 위협땐 개입”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미국 매파들 사이..
mark“중국서 폭행당한 기자 사과해야” 경찰인권센터장 발언..
mark“쓰러졌다” 신고 4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작업자들..
안희정 “지방선거 불출마”…黨대표 도전·大選..
“헤어지자고?” 산악회서 만난 내연녀 살해 시..
靑 “原電논의 없었다” 해명에도… 의혹 여전한..
line
special news 정려원 “독종 검사 역할 좋았어요… 착한 척..
‘마녀의 법정’ 정려원 인터뷰 “악녀 아닌 마녀 되길 원했다” 30대중반에 시청률 1위 기쁨“착한..

line
한국 기자 폭행 당시 취재통제라인 없었다
[단독] 靑 - 8大그룹, 20일 비공개 만찬회동
“사망 신생아 4명중 3명 세균감염 의심”
photo_news
1만년 전 매머드 뼈대 프랑스서 7억원에 낙찰
photo_news
“北 수백억 벌어줄뻔”… 미사일부품 수출 도운 한국계 호..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70) 61장 서유기 - 23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괴로운 사람
mark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topnew_title
number 대구~광주 1시간… ‘달빛 내륙철도 건설’ 지..
“안철수, 중립파 찾아 ‘통합후퇴 불가능… 도..
美 매파들 ‘對北 선제타격론’ 잇따라 주장
롯데 운명의 날 D-4… ‘총수不在 소용돌이’ ..
7세 소녀의 산타 편지…“장난감 대신 담요 필..
hot_photo
레이샤, 싱글 ‘핑크라벨’로 데뷔
hot_photo
세계최초 ‘플라잉카’ 내년 출시…..
hot_photo
미스 이라크 가족 美로 피신…“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