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 기업인, 노타이 차림 소상공인 수제맥주 마시며 대화

‘호프미팅’ 자유로운 분위기 강조

방랑식객 셰프가 안주 준비
“50분 간담회 더 넘길수 있다”

기업들 ‘눈치보기 선물’ 준비
“다말했는데 안변하면…”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7일 오후 개최하는 기업인과의 간담회는 생맥주 기기가 등장하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청와대는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으로 이름을 붙인 이날 간담회를 최대한 격식을 파괴하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간담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틀 모두 함께한다.

정부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참석한다. 청와대 참석자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에게 ‘노타이’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등 최대한 편한 복장을 권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행사 시작 시간보다 이르게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 도착해 참석하는 기업인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생맥주를 따르는 기기가 설치돼 참석자들은 350㎖ 잔에 자유롭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참석자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맥주를 마시며 서로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는 등 호프미팅이 약 20분간 진행될 계획이다. 맥주는 소상공인이 만드는 수제맥주가 제공된다. 안주는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로 준비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특별히 초청한 셰프”라고 말했다.

호프미팅이 끝나면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간담회가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등 경제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에게 잘 설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 정부의 철학이 잘못 알려진 부분 등도 바로잡겠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청와대는 간담회 시간을 50분 정도로 잡아놨지만 분위기에 따라서 간담회는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토론 말미에 임 셰프가 준비한 간단한 저녁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의 파괴와 대통령의 배려 섞인 준비가 성과 있는 결과로 나올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기업들은 청와대에 가기 전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앞다퉈 내놓는 등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는 기업에 요구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빈손’은 부담스럽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경청 행보를 보였지만, 듣는 데 그치고 구체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잘 들어놓고 기업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기업인들은 말을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앞으로는 얘기를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