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와 합당?… 정동영·천정배, 다당제 띄우며 통합론 선긋기

호남계 국민의당 당권 후보들
민주와 합당 우려에 自强 강조

국민의당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다당제를 띄우면서 원내 제3당이자 제2야당의 위상 찾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침잠한 가운데 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옛 민주당계 인사들이 일제히 다당제하의 역할론을 강조함에 따라 8·27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자강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8·27 전당대회 출마를 가장 먼저 공식화한 정동영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정치의 재구성-국민의당 필요한 정당인가’ 토론회를 열고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다시 굳건하게 선다는 것은 다시 한국의 정당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우리가 70년간 양당제를 해온 갈등과 폐해를 국민이 본능적으로 꿰뚫어보고 작년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양당제 대신 다당제에 힘을 실어줬다”며 “양당제와 달리 다당제 국가에서 타협, 협상, 합의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천정배 의원도 앞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당제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으로 만들어진 국민의당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 광주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유력 당권 주자들의 이 같은 다당제 강조 전략은 정계 은퇴 논란에 휩싸인 안 전 대표의 거취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제3당 노선보다 민주당계 구체제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당권 경쟁의 전면에 나선 데 대해 당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아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당대회에 적용될 당 지도체제를 결정한다. 국민의당 비대위원회는 이날 당 대표 선거와 별도로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4명(이 중 여성위원장·청년위원장 각 1명씩)을 선출하고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를 외부영입인사 몫으로 남겨놓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중앙위에 올렸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