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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27일(木)
임계기업 죽이는 ‘소득 중심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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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100년 역사의 국내상장 1호 기업 경방이 광주공장의 일부 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 1호 가입 기업 전방은 광주 임동공장을 평동공장으로 통합·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경방과 전방의 이전·구조조정과 연관 산업의 여파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높은 7530원으로 정했고, 2020년 1만 원 달성의 의지도 확고히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겠다며 밝힌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탈원전·탈석탄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 법인세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생활 보장, 안정된 일자리, 국민안전과 환경 등 필수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모두 비용을 높여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것들이다.

사업자에게는 비용 증가를 감내할 수 없는 임계점(critical point)이 있다. 경방은 베트남에 공장을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 약 200억 원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많은 기업이 경방의 전철을 밟아 엑소더스에 이르게 되면 노동집약적 산업의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를 염려해야 한다. 외부 요인에 의한 비용 증가를 감수해도 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생활필수품 등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가격을 높여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길 수 있으나, 이른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으로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수요자 주도 시장에서는 자영업자나 중소업체가 비용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수익 감소를 수용할 수 없다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이 영세할수록 지켜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사업자는 인력을 줄이거나 충원을 억제하고, 가족경영 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할 것이다. 업종에 따라서는 손익분석을 거쳐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겠지만, 사업을 정리하고 구직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격차는 커져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서 멀어진다. 정부도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문제를 인식해 고육책으로 최근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초과 부분을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기 위해 약 3조 원, 각종 경영 여건 개선의 간접 지원에 1조 원 이상을 쓰기로 했다. 이러한 보완책은 일시적 재정 투입이라 하더라도 세금으로 민간 사업체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데 따른 논리 마련과 지원 대상 선정 과정의 불만 해소 등 많은 과제를 남긴다.

소득과 일자리 중심의 경제 모형은 경제 순환 과정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고 시간도 필요하다.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비용은 어떠한 형태든 민간부문의 부담이 된다. 민간부문은 현실로 다가온 비용 증가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득과 일자리 중심의 경제 모형이 경제성장과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결실을 볼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리스크를 떠안고 경제 실험을 강행할 수는 없다. 경제 현장 속으로 들어가 애로 사항을 경청하고, 정책 효과를 차근히 점검해 가며, 필요하면 방향도 수정하는 포용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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