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문제는 결국 고용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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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결혼 /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솔바로 옮김 / 민들레

일본 젊은이들의 결혼율이 갈수록 저하되는 게 ‘평생직장’의 신뢰가 깨진 탓이라는 서구 학자의 연구가 최근 발표된 적이 있다. 일본뿐이겠는가. 현대 젊은이들에게 정규직은 ‘주체’를 대신하는데, 그것이 사라져가니 관계마저 맺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것이다.

결혼은 그중에도 타자와 가장 커다란 관계를 맺는 일이다. ‘타자의 철학자’ 레비나스 철학에 심취해 ‘타자’ ‘관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100권이 넘는 저서를 낸 대중적 사상가인 저자는 결혼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힘든 이유,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 심지어 부부 사이의 권력관계 등 결혼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현대의 결혼 문제를 ‘고용 문제’로 진단한다. 저자는 사회제도의 변화가 답이라고 말하면서도 ‘안전장치’로서 결혼의 장점을 설파한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10년 넘게 홀로 아이를 키워보기도 했던 저자는 결혼과 그 이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클수록 결혼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결혼은 어차피 ‘잘 모르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지고 목소리를 듣고 꼭 안아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애정과 이해 위에 구축하겠다는 강박을 버리고, 서로 기대고 싶을 땐 의지할 기둥이 되어준다는 편한 생각으로 사는 게 훨씬 감동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45쪽, 1만3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