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原電 폐기’ 공론화委 뒤로 숨으려는 靑

공론화委 “조사·의견 전달만”
靑 여전히 “공론화委 따를 것”
脫원전 정책 ‘책임 떠넘기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원전 정책과 관련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론화위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은 중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결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28일 여전히 “공론화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주요 정책을 법적인 근거가 미약한 공론화위에 떠넘기고, 뒤로 숨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론화위는 전날 회의를 마친 뒤 “공사를 재개할지 안 할지 저희나 조사 대상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라며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에 논란이 벌어지자 공론화위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공론화위를 구성하면서 밝힌 역할 등과는 온도 차가 분명했다. 이는 전문가도 아니고 대표성이 담보되지도 않은 공론화위가 결정을 내리는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공론화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권고사항 수준이라도 재개 여부에 대한 의견이 포함되는 만큼 그대로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공론화위의 역할은 공정한 결정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을 공론화위에 맡기는 것 자체가 정부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결정을 민간인 9명이 3개월 만에 결론 내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