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재계 대화, 親기업 정책으로 이어져야 의미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8개 기업 대표의 27일 만찬 간담회는 호프 미팅 등 파격 스타일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28일에도 7개 기업 대표와 모임을 갖는다. 문 대통령 공약과 그동안의 정책에서 나타난 ‘친(親)노동-반(反)기업’ 경향을 고려할 때, 재계(財界)와의 대화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다행히 27일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고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서비스산업 활성화, 사드 여파로 인한 피해, 대미 철강수출 위축 등 다양한 주제가 거론됐다.

그러나 아직은 역대 정부 초기에 늘 있던 모임과 뭐가 다른지 선뜻 짚어내기 어렵다. 27일 모임에서는 ‘갓뚜기’와 생맥주가 돋보였다. 문 대통령은 깜짝 초청한 재계 232위 오뚜기 회장에게 “새 정부 경제정책에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제공된 생맥주는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중소기업 제품이다. 앞서 청와대가 일자리와 대·중소기업 상생 의제를 내놓자 참석 기업인들은 정규직 전환, 상생펀드 조성 등의 답안지를 미리 제출한 터다.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고율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기업 ‘3대 현안’에 대한 소통은 없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는 문 대통령이 각각 “2, 3차 협력업체 지원해 달라” “비정규직 기준 확실히 하겠다”고 표명한 것이 전부였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우려하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도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규제 제로’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꼭 필요한 규제와 구분해서 하겠다”는 어정쩡한 답변이 돌아왔다.

28일 일간신문에는 사업을 접을 위기에 몰린 조규옥(71) 전방 회장의 통곡에 가까운 울분이 실렸다. 100년 기업 경방이 공장설비 일부의 해외 이전을 결정한 데 이어 82년 전통의 전방도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600여 명의 인력 감축안을 내놓은 상태다. 조 회장은 “다른 기업이 해외로 나갈 때도 꿋꿋이 국내 생산원칙을 지켰는데 이렇게 됐다”고 탄식했다. 이런 기업을 좌절시키는 정책은 어떤 명분을 앞세우더라도 정의롭지 않다. 친(親)기업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대통령과 기업인의 소통 이벤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