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增稅 불가피 땐 ‘보편적 증세’가 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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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문재인 정부가 증세(增稅)를 공식화했다. 서민과 중산층 그리고 중소기업은 증세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핀셋증세’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해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과표 2000억 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 25% 법인세율을, 과표 5억 원 초과 초고소득자에 대해 42% 소득세율을 적용하겠단다.

핀셋증세는 정당한가. ‘초대기업과 최고소득자’는 저널리즘 용어일 수는 있지만, 세정 용어일 수는 없다. 슈퍼 리치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의 결과로서 세금을 내는 것이지 ‘부자이고 크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는 건 아니다. 핀셋증세는 ‘표적 증세’와 다름없다. 핀셋증세로 3조8000억 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11조 원 추경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더라면 핀셋증세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추경은 일자리 추경으로 명명됐지만,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은 ‘중앙공무원 2600명’ 신규 채용뿐이다. 추경 편성과 세율 인상 모두 신중해야 한다.

법인세는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2011년에 4.0%로 반등한 후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또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59만 개 신고 법인 중 0.53%에 해당하는 3101개 법인이 전체 법인세수의 78.4%를 부담하고 있다. 대기업은 충분히 낼 만큼 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그만큼 국가 국제경쟁력은 악화한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평균은 52%로 수출 비중을 기준으로 볼 때 국제적인 추세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높은 편이다. 법인세 인하 경쟁 시대에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역주행이다. 국내외 기업을 내쫓는 것이다.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추가는 정의로운가. 2015년 기준으로 개인의 44%가 근로소득을 벌면서도 개인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과표소득 1억 원 이상인 납세자 5.9%가 총소득세수의 76%를 부담하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은 과도한 소득세 부과를 사회주의에 빗대고 있다. 국가가 소득의 절반을 떼어 간다면, 생산 수단의 절반을 국유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국민개세(國民皆稅) 원칙을 더는 훼손해선 안 된다.

문 정부는 향후 5년간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유지한다고 한다. 경상성장률 이상의 재정 팽창은 재정적자를 반드시 유발할 수밖에 없다. 보편적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최근 들어 증수(增收)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올해 국세 수입은 2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세수입 전망치 242조 원보다 15조 원이 더 걷히는 것이다. 국세와 더불어 지방세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하면 올해 총 세수입은 337조 원으로 전년(318조 원) 대비 20조 원 가깝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GDP에서 국세와 지방세가 차지하는 조세부담률은 19.7%로 전망된다. 이는 최고치다. 내년에는 조세부담률 20%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특별한 증세 조치 없이 즉 ‘증수만으로’ 조세부담률이 20%를 넘어서는 것이다.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세금이 더 걷히면, 즉 자연적 세수가 증가하면 효율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증세 없이 세수가 증가하는 증수가 가장 바람직하다. 문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가 세수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