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기업·대학·지자체가 개설한 과목 듣는 고교학점제 검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7일 종로구 신문로 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말하는 ‘미래형 인재 육성’

학교가 모든 교육 할 수 없어
‘교실 밖 교실’ 운영으로 보완

‘자사고 폐지’ 소신 변함없어
정부에 ‘공’ 떠넘긴건 아니다

교사-학생 갈등있는 ‘상벌점’
당장 내년 없애자는 건 아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부가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과목을 개설해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학교 밖 학교’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또 ‘서울시교육청 3개년(2018~2020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을 통해 밝혔던 ‘상벌점제 폐지’에 대해서는 “당장 내년에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가 취미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본인이 직접 조립해 만든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조 교육감은 지난달 27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학교가 이제 아이들의 모든 교육을 수행하는 장일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교의 개방적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래형 대안학교 과정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개설할 수 있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줘 과목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며 “대학이나 기업, 지자체 등이 학교에서 개설하지 못하는 미래형 교육 과정을 다양하게 만들면 학생들이 그 과목을 듣고 학점을 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 사항으로, 대학처럼 고등학생들이 교과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강의실을 다니며 수업을 듣는 ‘과목선택제’를 기초로 학점과 졸업을 연계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대입제도 개선이 선결 조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입에 필요한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려들어 주요 교과 이외의 수업은 파행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대입제도 개선 등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만, 학교 규모나 지역별 편차에 따른 문제점은 교육청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기업이나 대학, 지자체가 만드는 미래형 교육 과정을 교육청이 인증해 주면 학생들이 그곳에 가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산업정보학교나 예술정보학교 등 직업형 학교에서도 토요일 등을 이용해 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실 밖의 교실’을 운영한다면 고교학점제의 일부 문제점들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수가 급감하는 최근의 교육 상황을 감안하고 특정 지역 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초·중·고 통합학교 모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지역 전체적으로 학교는 줄여야 하지만, 특정 지역은 학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과 갈등이 생긴다”며 “초·중·고 통합학교 모형이나 도시형 소규모 학교 모델 등 다양한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폐지에 따른 소위 ‘강남 8학군’ 부활을 막기 위해 서울 지역 강남·북 통합 학군 신설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최근 발언과 관련해서는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을 수 있다는 차원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 밝힌 상벌점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조 교육감은 “아이들 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벌점을 주는 과정에서 교사와 아이들 간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대안적인 통솔과 훈육 수단을 연구해 보자는 차원”이라며 “완전 자율에 의해서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며, 선진국형 통솔방식 같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통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자는 것이지 당장 내년에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폐지 방침’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조 교육감은 지난 6월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에 대해 재지정을 하면서 법 개정 등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한 것이 ‘공’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폐지가 가능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최근 대기업 회장 손자 등이 연루된 숭의초교 폭력사태와 관련해 “사립학교의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한 징계권한 정도는 교육청에 주어져야 한다”며 “2015년 사립학교법에 ‘교육청의 징계의결 재심의 요구권’ 보장 조항이 신설되기는 했지만, 징계위원회만 다시 열면 될 뿐, 방침은 따르지 않아도 돼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문제 있는 사립학교 때문에 다수의 사립학교가 부정적 인식에 휩싸이고 있다”며 “사립학교들이 최소한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수용하는 것이 사립학교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