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2.17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데스크시각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1일(火)
2017安保와 노무현의 그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의 명제 뒤에 마르크스가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를 덧붙인 것은 인간, 특히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치자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였다. 삼촌 나폴레옹 1세가 건설한 제국을 재현하려 했던 나폴레옹 3세, 루이 보나파르트의 등장과 몰락이 그 사례다. 반복되는 역사의 결과가 꼭 희극일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비극일 수도, 소극(笑劇)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응답한 북한의 행태에 놀라 황급히 ‘사드 배치’ 지시를 내린 건 아마추어 정권의 실험 정책이 빚어낸 위험천만함을 드러낸 사례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집권 초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 요청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내 반전여론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했지만, 국내외 정세 변화에 밀려 결국 월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내줄 것 다 내주면서 양국 동맹 관계만 악화시켰다’(김종인)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민 여론을 앞세워 사드 배치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 역시 동북아 지형 변화 속에서 배치 쪽으로 급선회하는 중이다. 외교·안보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사이 한·미 관계는 즉각적인 전화통화 한 통 하지 못할 정도로 불편해졌다.

북한의 핵 개발 속도전과 가공할 미사일 도발에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10년 전 평양에서 진행됐던 노무현·김정일 간 남북정상회담의 그림자가 배회하는 것 같다. 10·4공동선언을 채택했던 2007년 당시는 북이 1차 핵실험 후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할 때였고, 지금은 ICBM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른 때다. 당시 대북 라인은 지금 정부의 주축이다. 표정 하나, 생각 하나 바뀌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와 정부의 꼭짓점들을 채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이었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시 북측과의 협상을 총괄하고 정상회담에 배석해 모든 대화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치적 시공을 넘어 벌어지는 이 초월적 표절이 초래한 희화화와 위험성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100대 국정 과제에서 내놓은 ‘2020년 완전한 핵 폐기’론이나 지난달 초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만들어낸 지지그룹 내에서도 과거 베끼기에 집착하는 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증명되지 않은 실험 정책이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467쪽)고 고백했다. 국민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권력을 쥔 자가 과거로부터 전승받은 그릇된 의식의 알고리즘을 바꾸려 하지도 않고, 우월성에 대한 확신 속에서 이미지 정치가 만들어낸 지지도에 취해 있는 것이다. 역사는 그 결과가 비극이거나 소극이라고 말해준다.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4골 폭발’ 한국, 7년7개월 만에 일본 격파…통쾌한 ‘도쿄대..
▶ 文 대통령 10끼 중 8끼 ‘혼밥’… 中 사드 뒤끝?
▶ 환자들 모르게 본인 정자로 50차례 인공수정 시술한 불임..
▶ [속보] 한국당, 현역의원 4명 포함해 당협위원장 62명 대..
▶ 신연희 강남구청장, 14시간 조사··· ‘묵묵부답’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자유한국당은 17일 서청원(경기 화성시 갑), 유기준(부산 서구·동구), 배덕광(부산 해운대구 을), 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mark文 대통령 10끼 중 8끼 ‘혼밥’… 中 사드 뒤끝?
mark신연희 강남구청장, 14시간 조사··· ‘묵묵부답’
대학병원서 신생아 4명 숨져… 경찰, 수사 착수
‘4골 폭발’ 한국, 7년7개월 만에 일본 격파…통..
“北 핵 절대 포기 안해…전쟁에 적극 대비해야..
line
special news 타히티 미소 “공황장애 거짓말 끔찍”… 지수..
걸그룹 ‘타히티’ 멤버 미소(본명 박미소·26)가 탈퇴 선언한 멤버 지수(본명 신지수·23)를 저격..

line
환자들 모르게 본인 정자로 50차례 인공수정 ..
구애 외면 여성 직장동료 살해 30대 징역 22년
문 대통령, 중국 3박4일 국빈방문 마치고 귀국
photo_news
미스 이라크 가족 美로 피신…“미스 이스라엘과 셀피 탓”
photo_news
英 해리 왕자-마클 내년 5월 19일 결혼식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70) 61장 서유기 - 23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괴로운 사람
mark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topnew_title
number “‘임신하지 마’ 부당지시한 박물관장 징계는..
실종 한달 5세여아 ‘목격자 없어’…흔적도 발..
인도서 캐럴 불렀다가 “개종 시도” 신고에 3..
4년된 개 주인과 아들 심하게 물어…경찰이..
미성년자에 ‘야한셀카’ 요구 때 최대 292만원..
hot_photo
클로이 김,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hot_photo
文대통령 시진핑 국빈만찬에 송..
hot_photo
“더스틴 호프만, 16살 딸 친구에..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