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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1일(火)
2017安保와 노무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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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의 명제 뒤에 마르크스가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를 덧붙인 것은 인간, 특히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치자의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였다. 삼촌 나폴레옹 1세가 건설한 제국을 재현하려 했던 나폴레옹 3세, 루이 보나파르트의 등장과 몰락이 그 사례다. 반복되는 역사의 결과가 꼭 희극일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비극일 수도, 소극(笑劇)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응답한 북한의 행태에 놀라 황급히 ‘사드 배치’ 지시를 내린 건 아마추어 정권의 실험 정책이 빚어낸 위험천만함을 드러낸 사례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집권 초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 요청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내 반전여론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했지만, 국내외 정세 변화에 밀려 결국 월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내줄 것 다 내주면서 양국 동맹 관계만 악화시켰다’(김종인)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민 여론을 앞세워 사드 배치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 역시 동북아 지형 변화 속에서 배치 쪽으로 급선회하는 중이다. 외교·안보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사이 한·미 관계는 즉각적인 전화통화 한 통 하지 못할 정도로 불편해졌다.

북한의 핵 개발 속도전과 가공할 미사일 도발에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10년 전 평양에서 진행됐던 노무현·김정일 간 남북정상회담의 그림자가 배회하는 것 같다. 10·4공동선언을 채택했던 2007년 당시는 북이 1차 핵실험 후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면서 핵 개발을 가속화할 때였고, 지금은 ICBM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른 때다. 당시 대북 라인은 지금 정부의 주축이다. 표정 하나, 생각 하나 바뀌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와 정부의 꼭짓점들을 채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이었고,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시 북측과의 협상을 총괄하고 정상회담에 배석해 모든 대화를 기록했다.

문제는 정치적 시공을 넘어 벌어지는 이 초월적 표절이 초래한 희화화와 위험성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100대 국정 과제에서 내놓은 ‘2020년 완전한 핵 폐기’론이나 지난달 초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만들어낸 지지그룹 내에서도 과거 베끼기에 집착하는 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증명되지 않은 실험 정책이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467쪽)고 고백했다. 국민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권력을 쥔 자가 과거로부터 전승받은 그릇된 의식의 알고리즘을 바꾸려 하지도 않고, 우월성에 대한 확신 속에서 이미지 정치가 만들어낸 지지도에 취해 있는 것이다. 역사는 그 결과가 비극이거나 소극이라고 말해준다.

min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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