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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er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2일(水)
“책방은 광고대신 책에 생각 풀어놓는 것… 赤字면해 1차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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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아 대표는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에서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됐다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가치들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서점을 열었단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서점’ 낸 지 1년 최인아 前 제일기획 부사장

최인아(56) 전 제일기획 부사장은 이번 여름, 자기 이름을 내걸고 문을 연 ‘최인아 책방’ 1주년을 맞는다. 지하철 선릉역 7번 출구에서 선정릉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빨간 벽돌 건물 4층에 자리한 최인아 책방. 높은 천장, 가지런히 꼽힌 책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장, 안락한 소파, 한쪽에 작은 커피 음료 판매 카운터를 갖춘 최인아 책방은 1년 전 8월 문을 열었다.

이화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스물세 살에 제일기획에 입사해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을 만든 명카피라이터, 삼성 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 삼성 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 등 여러 ‘여성 최초’라는 드문 타이틀을 성취한 그의 책방 주인 변신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이맘때쯤이라면 자기만의 취향과 색깔을 드러낸 작은 서점들이 전국 곳곳에 생기며 ‘동네 서점 붐’이 일었던 시기이지만 책과 직접 관계가 없던, 화려한 이력의 그가 임차료 비싼 강남 한복판에, 그것도 아무리 잘돼도 큰돈 벌긴 어려운 서점을 냈다니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직 성패의 결과를 말하기 어려운 1년. 여전히 책방 주인이라는 변신의 주인공으로, 여기에 더해 자신의 선택에 대한 평가가 궁금한 최인아 대표를 최근 만났다.

책방 주인을 하겠다고 덤벼든 1년 전과 달라진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듣고 싶었다. “이런 일은 전혀 예상 밖이에요” “좀 당황했어요” 같은 말을 들어 볼까 했는데 30년 가까이 광고 회사에서 일하며 기획과 실행, 마케팅으로 다져진 그는 차분했다. 덤벼들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고 서점을 기획해 열었고 진행되는 일들 대부분이 예상한 그의 기획 품 안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아마 크게 벗어났다고 해도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그런 사실은 밝히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 1년간 “서점 할 만했냐”고 “성공적이냐”고 물었다. “겨우 1년인데 4∼5년 한 것 같다. 굉장히 빨리 갔다. 성공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공이라는 말보다는 순조롭다는 말이 맞는다. 대체로 생각하고 구상한 대로 가고 있다.”

구상한 대로, 생각한 대로가 무엇이었을지. 왜 3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열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그는 시간을 훌쩍 건너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마흔세살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책방 주인을 선택하게 한 생각과 고민이 한두 해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흔셋부터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지…. 그러다 늙는다는 것의 핵심은 시간이 줄어드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돈은 지금 없어도 생길 수 있지만 시간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생각. 돈이 부족하면 곶감 빼먹듯 가장 중요한 데부터 쓸 텐데 시간은 그렇게 쓰지 않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눈동자가 풀려 있더라. 관성적으로 출근해 관성적으로 일하고. 주변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눈동자도 풀려 있었다. 이 상태는 아니야.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나를 찾아야지. 그래서 마흔다섯에 휴직했다.”

그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이 인생에도 있다고 이 선택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당시 상무 6년 차. 전무가 되느냐, 잘려서 집에 가느냐의 기로에서 그는 휴직이라는 제3의 선택을 했다. 1년 뒤 복직해 전무를 거쳐 부사장이 됐으니 결과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과정 같지만 그는 진짜 절실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혹은 내가 결혼 안 하고 싱글이니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나도 나름대로 소녀 가장이었다.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사이클이 짧은 광고 업계 특성 때문에 가까운 선배들은 1년 뒤 돌아와 쫓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그땐 그런 것보다 내 인생이 중요했다.” 그는 굳이 휴직을 하겠다면 1년간 미국 대학에서 연수하는 것이 어떠냐는 상사의 제안도 거절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시베리아도 가고 하와이도 가고 홍해를 건너 요르단, 시리아도 가고. 그리고 산티아고에 갔다.

하지만 36일 일정으로 간 산티아고 길을 25일쯤 걷다가 그는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은 일에 미련과 애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동안 받은 것이 많다는 생각,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과 만나서 하게 되는 흔연한 선택,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는 돌아와 그해 전무로 승진했다.

하지만 몇 년 더 일한 뒤 그는 2012년 말 부사장으로 퇴직했다. 퇴사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더 이상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련이 없다.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을 다 쏟았다. 이제 됐다.” 30년 일하면서 의욕은 완전히 바닥난 상태였다.

이때만 해도 그는 더 이상 일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대학원에 들어가 역사 공부를 했다. 하지만 2년쯤 지나니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저 스스로도 뜻밖이었다. 10년 가까이 생각을 뒤집고 뒤집어 ‘틀림없어. 내 인생에 더 이상 일은 없어. 돈이 많진 않지만 아껴 쓰고 줄이면 돼’라고 했는데 일을 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사람과 함께’로 꼽았다. “꼬맹이 때부터 혼자서 잘 놀았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혼자 있어 보니 그동안 혼자 있고 싶어 했던 것은 워낙 사람에게 치이다 보니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막상 혼자 있게 되니 사람이 그리웠다. 같이 놀 사람, 뭔가 같이 도모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나도 나의 새로운 면을 많이 봤다. 깨달았다. ‘아, 사회적 동물이구나. 이제 같이 뭘 해야겠다’ 이랬다.”


처음엔 몇 명이 모여 광고 회사를 해볼까 논의했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런 솔루션? 그걸 우리가 직접 해보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30년이 사회인으로 숙제를 한 시기였다면 이제 숙제는 미뤄놓고 좋아서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나 혼자 재미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 내가 누렸던 것을 필요한 곳에 쓰고 싶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솔루션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 이것이 결합된 결론이 서점이었다. 그는 제일기획 후배인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서점을 열었다. 그는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을 투자했다고 했다.

“다들 말렸다. 서점, 그것도 강남에, 그것도 1층도 아니고 빌딩 4층에 있는 서점이라니 다들 망한다고 했다. 책을 팔러온 도매상 대표까지 몇 년 전 길 건너에 책방을 크게 하다가 망해서 나갔다며 안 된다고 했다. 그분이 참고서 하냐고 해서 안 한다고 했더니 물정 모른다고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돈도 돈이지만 이제 망하면 다시 회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런 반대 속에 연 서점은 몇 달 만에 1차 목표를 넘어섰다. 그 목표란 ‘적자 내지 않고 돈을 계속 넣지 않고 버텨 나가는 것’이다. ‘최인아가 서점을 낸다’는 사실이 뉴스거리가 되면서 언론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홍보가 자연스럽게 된 덕분이었다. 미리 준비한 언론 홍보용 미디어 키트는 쓸 틈도 없었다. 왔다 간 사람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주면서 초반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다. 며칠 전에도 계산해 봤더니 적자는 아니고 흑자라고, ‘우리 잘했네’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두 대표는 월급은 가져가지 못한다. 이전 일과 비교해 단위와 스케일이 다르고 ‘한 달 꼬박 일해 이것이구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박한 월급쟁이 월급을 가져갈 정도만 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들 묻는다. 광고와 서점이 다르지 않냐고. 다르지 않다. 둘 다 생각하는 일이다. 개인도, 공동체도, 기업도 당면한 문제를 생각의 힘으로, 아이디어로 돌파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내 일의 핵심은 생각과 표현이다. 그래서 책방 주인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 문법이 다르고 책을 주문하는 것 같은 테크니컬한 부분이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그는 광고와 책방이 누구에게나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겐 그렇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가 같은 회사,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모두 자기 일에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책방을 하는 모든 사람이 모두 이 일을 생각하는 일로 여기지 않는다. 나는 책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독자에게 어떻게 책을 잘 소개할까, 만나게 할까, 사게 할까, 다시 오게 할까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이전엔 광고에 썼다면 지금은 책에 풀어놓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르지 않다.”

실제로 최인아 책방은 여느 서점과 다른 독특함과 고급스러움이 있다. 안락한 카페와 고급스러운 서재 분위기, 책방 주인의 개성이 드러난 책 큐레이션. 서점에는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인 그대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 등 그가 생각하는 키워드별 책 코너를 마련해 독자들에게 책을 제안한다. 콘서트도 열고 강연회도 마련하는데 대부분 사람들로 꽉 찬다.

“강남에 자리 잡은 것은 우리가 생각한 주 고객 때문이었다. 회사원, 좁게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다 보니 그들이 제일 많이 오는 곳으로 정했다. 지금도 이들이 가장 많은 고객이지만 예상 밖으로 이 동네 연세 있는 분들이 우리 서점을 좋아한다. 이분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좋다, 망하지 말고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하는데 내가 감사하다.” 하지만 그는 임차료는 꽤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퇴직금으로 서점을 열 생각이 있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단골 고객들도 꽤 많이 생긴 그는 요즘 사람들은 왜 서점에 올까를 많이 생각한단다. 1년간의 경험에 기대 그가 내린 결론은 ‘체험’이다. “컴퓨터로 클릭하는 순간 필요한 것이 충족되는데 왜 서점에 올까. 다운 받아서 들으면 되는데 왜 이곳에서 열리는 작은 콘서트에 올까. 그것도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체험이다. 몸을 가진 인간, 오감을 지닌 인간이 자신의 밸런스를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해 또 오게 할까를 고민한다. 그것이 나와 우리 책방의 기획이다.”

그러다 보니 즐겁긴 한데 몸이 힘들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에 문을 닫고 10시쯤 끝난다. 정리하고 나면 오후 11시. 강연이 있는 날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그때 돌아가서 다시 페이스북에 행사 같은 것을 올리면 훌쩍 새벽을 향해간다. 평균 취침 시간은 3시간. 강연 요청도 갈수록 많아져 몸이 부대낀다. 최 대표는 이날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사진 찍기를 주저했다.

책방을 열었지만 정작 좋아하는 책 읽을 시간은 더 없다. 그래도 그는 책방에서 하는 성서 읽기 모임을 시작으로 얼마 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를 읽기’ 모임도 가졌다. 더운 여름이 지나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공부 모임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스 역사부터 문화나 신화까지 10주 정도 공부한 뒤 그가 품은 개인적 야심은 이 지식을 품고 그리스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책방 주인으로서의 그의 야심은 어떤 거대한 최종 목적지보다 이렇게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인터뷰 = 최현미 부장(문화부) chm@munhwa.co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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