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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2일(水)
문재인 정권 내부의 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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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휴가를 떠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3일간의 임기 시작 부분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취임 준비 기간도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촛불 혁명’으로 당선돼,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며, ‘준비된 개혁’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데도, 세상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일까? 아닌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야당 복’은 타고났다. 무능하고 무력해서 정권을 견제할 수 없는 야당.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인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심각하지만,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문제였다. 밖이 아니라 안을 돌아봐야 한다. 정권 내부에 성공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들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열혈(熱血) 지지자들. 문 대통령에게는 친노(親盧)에 뿌리를 둔 골수 지지층이 있다. 주로 인터넷 댓글과 휴대전화 문자로 존재감을 과시해 ‘댓글 부대’로도 부른다. 반대 진영선 ‘문빠’라고 한다. SNS 전문가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대선 당시 댓글 부대가 1만 명 정도였고, 한 사람당 평균 1만 건씩의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댓글을 달았다. 댓글 부대는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집단적으로는 맹목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끌려간다고 했다. 수많은 정치인이 이들의 표적이 됐고, 부작용도 많았다.

이 주장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문 대통령의 댓글 부대는 안타깝게도 정치인을 끌어올리기보다 끌어내리는 데 열정을 보인 것은 분명하다. 정권이 자리를 잡으면 내부 경쟁이 시작된다. 마지막 표적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정치인의 비극은 전방의 적이 아니라 후방 동지의 화살에 맞는 것이다 .

둘째, 이념적 참모들. 2005년 11월 17일 경주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달러 위조를 놓고 충돌했다. 부시 대통령은 슈퍼 노트(정밀 위조지폐)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고, 부시는 “있지 않으냐”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증거가 어디 있냐”고 되물었고, 부시 대통령은 “당신들이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당황해서 참모들을 돌아봤다. 다들 흙빛이 됐다. 미국에도 준 정보를, 노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현 청와대의 비서진이 주체사상파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운동 시절 민족해방(NL) 계열에 있었다고 이들을 ‘종북’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이들의 관심사가 오랫동안 북한이었다는 점, 또 북한을 보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낭만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후보의 뜻이 선거대책본부에 반대로 전달된 사례들이 있었다. 한번은 문 후보가 한밤중에 선대본부를 직접 찾아가 자초지종을 따졌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며, 문 대통령은 의문을 가져보길 바란다. 남북 관계에 대해, 사드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해, 증세에 대해, 원전에 대해 어느 참모가 어떤 조언을 했던가. 그리고 왜 그랬을까.

셋째, 문 대통령 본인. 지난 대선 때 1호 공약은 적폐 청산과 일자리를 오락가락했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는데, 문 대통령은 여전히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이는 듯하다. 2011년 6월 자서전 ‘운명’이 발간된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문재인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대선 출마를 망설이던 시점이다. 나는 “왜 결심을 안 내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나서도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솔직하고 현실적이었다. 나는 “정권을 잡으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복수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정권을 잡아서 상생·통합하는 최선의 정치를 한다면, 그게 최고의 복수가 아니겠냐”고 답변했다. 품위 있고, 또 미래지향적이었다.

그때의 마음을 잃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의 적폐는 청산돼야겠지만, 그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면 나라는 과거로 돌아간다. 박근혜가 이 나라를 1970년대로 되돌리려 했다는데, 문 대통령은 1980년대로 되돌릴 것인가. 과거보다는 현재와 현실을 중시하며, 미래를 향해 국민을 이끌어 가는 것, 그것이 지도자의 바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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