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징벌 위주의 ‘집값 대책’ 盧정부 실패 답습 걱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44일 만에 다시 고강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 2일 오전 당정협의에서는 “집값 상승 원인이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에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런 기조에 따라 서울 강남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중복 지정, 분양권 전매 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금융규제 강화 등이 대책에 담겼다. 투기과열지구 하나만 해도 14가지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초고강도 수단이다. 8·2대책에는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을 망라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6·19대책이 나온 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긴커녕 더 가파르게 올랐다. 투기꾼이 주택시장을 어지럽히고,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면 솎아내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을 밀어올리는 건 일부 투기꾼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시장 수요다. 초저금리 시대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아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부동산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시장의 수요 공급에 따른 흐름을 투기 수요로 착각하면 핀셋 처방 대신 무차별 규제로 흐르게 된다.

8·2대책의 진단과 처방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시감을 준다. 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며 2003년 5·23대책을 필두로 2005년 8·31, 2006년 11·15, 2007년 1·11대책 등 독기 어린 규제를 임기 내내 쏟아냈다. 강남 거주자, 재건축, 다주택자를 ‘3대 주적’으로 겨냥한 징벌적 제재가 주류였다. 그러나 집값을 잡긴커녕 더 올려놓았고, 끝내 주택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이 기간 집 없는 서민은 집값 폭등에 좌절하고, 집 가진 사람은 세금 폭탄에 분노하고, 시장에선 거래가 끊겼다.

이번 대책이 손보려는 대상 또한 노 정부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고강도 처방은 시장을 일시 냉각시키고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강남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나중에 한꺼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노 정부의 실패는 양질의 주택을 향한 시장 수요를 가진 자의 탐욕으로 잘못 읽은 귀결이다. 강남 수요 이면의 교육 등 다른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말고 꾸준한 공급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서 시장 안정을 이루는 요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