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코리아 패싱’ 막을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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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前 외교부 차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28일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고각(高角)으로 시험 발사된 ‘화성-14형’ 미사일은 7월 4일에 동일 기종의 미사일 발사 때보다 최고 고도와 비행 거리가 늘어났다.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을 믿고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 등은 미국이 과연 본토에 대한 핵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해 줄지 불안감을 갖게 된다.

급기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북 원유수출 금지 조항을 넣고, 중국이 결의안에 반대할 경우 2차 제재를 통해 중국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고율의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기로 합의했다.

이렇듯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중·러 대 미·일 대결구도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94세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교체 후 닥칠 일에 대해 중국과 미리 합의한다면 북핵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은 중국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중국과의 북한 비핵화 합의를 위해) 미국이 ‘하나의 한국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미 행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입장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강대국 정치 논리’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재단한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조언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것이 바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다.

휴가가 끝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일이 공조하고 대북 제재에 보다 많은 나라가 동참하도록 하는 데 합의할 것이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트럼프 전화 통화 이후에 나타나게 될 우리 정부의 행보다. 중국에 사드 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 배치’라고 하여 또다시 불필요한 ‘기대’를 심어주거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거나, 대화와 제재 병행 원칙을 내세우며 인도적 사안을 뛰어넘는 사안에 관해 남북대화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은 북핵 및 한반도의 미래를 한국과 함께 논하기 힘들다고 판단할 것이고, 중국은 한국 내 ‘남남갈등’을 활용해 한·미 동맹의 틈새를 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면 북한은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전술적 대화에 나올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때에 대비해 한·미·일·중·러와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기를 할지에 관한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북핵 동결에 멈추지 않고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는 로드맵이어야 한다. 북한의 전술적 대화를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전략적 대화로 변환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북한에 자존심을 구겨가며 대화를 제의하기보다 제재 후 북한이 대화에 나올 때를 대비해 전략적 로드랩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코리아 패싱’을 방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