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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4일(金)
(1181) 57장 갑남을녀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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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의 민족당 당사 안 사무실에서 고정규가 김규현, 양성호와 회의 중이다. 오전 11시, 고정규는 야당인 민족당 대표에서 물러나 고문이 되어 있는데 김규현은 원내부총무, 양성호는 정책위 간사다. 그러나 아직 고정규의 영향력은 강했고 둘은 고정규의 핵심 측근이다.

“시진핑하고 서동수가 만나게 되면 결정이 되겠지.”

고정규가 말하자 양성호가 머리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서동수가 푸틴하고 시진핑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는 작전을 쓸 겁니다. 이번에 시진핑한테 유라시아연방 대통령을 권하겠지요.”

그렇게 대부분의 세계 언론이 추측기사를 낸 상황이다. 그러면 시진핑이 마지 못한 척 승낙을 하고 미국과 일본이 반발해서 러시아가 수습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그 이후의 줄거리도 다 나와 있다.

러시아가 대한민국 서동수를 추천해서 유라시아연방 대통령으로 만들고 섭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때 쓴웃음을 지은 고정규가 말했다.

“요즘 세상은 비밀이 없어. 꼼수도 부릴 수가 없다고. 온갖 추측이 SNS에서 떠돌고 있어서 국민은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봐야 돼.”

“가장 보편적인 줄거리가 대개 맞아들어갑니다.”

이번에는 김규현이 말했다.

“서동수의 행적을 보면 깜짝 인사나 돌출 행동은 없습니다. 다 예상했던 줄거리지요.”

그렇다. 어떤 때는 대중의 기대가 먼저 앞서가기도 했다. 서동수가 그 기대를 따라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것이 서동수의 교활한 점이지. 아니, 선천적인 감각이라고 할까?”

고정규가 쓴웃음을 지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서동수가 대중에게 그 기대에 대한 힌트를 던진 것 같지 않나? 그럼 대중이 그것을 터뜨리고 서동수가 뒤를 따르는 형식으로 말이야.”

둘의 시선을 받은 고정규가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면 대중은 제가 만든 꿈이 이뤄진 것처럼 착각해서 환호하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서동수나 측근들이 머리를 썼을까요?”

양성호가 되물었을 때 김규현이 헛기침을 했다.

“어쨌든 서동수가 유라시아연방 대통령에 취임하면 김동일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뿌리째 흔들립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것이다. 이것 때문에 셋이 모인 것이다. 모두 숙연해졌다. 따지고 보면 민족당은 김동일이 북한에서 창당한 민생당(民生黨)과 동류다. 민생당은 공산당의 후신이었고 남한의 민족당은 공산당의 김동일을 연방 대통령으로 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동수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김동일을 후계자로 선언해 버리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엉망이 되었다. 김동일이 탈당해서 서동수의 공생당(共生黨)에 가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고정규가 입을 열었다.

“아직 시간이 있어. 그러니까 지금은 나서지 않는 게 나아. 기회는 올 거야.”

“무슨 말씀입니까?”

김규현이 묻자 고정규가 빙그레 웃었다.

“두고 봐. 김동일이 후계자가 되고 나서 공생당 안에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

고정규의 별명이 ‘개코’다. 냄새를 잘 맡기 때문이다. 고정규가 말을 이었다.

“배부르면 방심하기 마련이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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