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잠 못 들게 하겠다’는 美 결기와 文정부 무기력

미국의 대북(對北) 제재 강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결기까지 읽힐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2일 ‘북·러·이란 패키지 제재법’에 서명했다.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북한과의 인력·상품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어서 본격 이행에 들어가면 이란의 핵 폐기를 이끌어낸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은 북한 여행 금지 조치도 이날 관보에 게재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통상법 제301조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김정은이 밤에 편하게 잠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은 미국의 긴박한 기류와는 딴판이다. 문 대통령은 북의 2차 ICBM 도발 직후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를 전격 결정하면서 대북 독자 제재 검토도 지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지지층은 물론 여당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면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사드 추가 배치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양상도 보인다. 통일부는 “제재와 대화 병행 기조에 변함이 없고, 대북 제재와 관련해 결정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평화를 염원한다며 민간인출입통제선 도보횡단에 나서는 등 여전히 ‘낭만적 안보관’을 보이고 있다.

한·미 사이에 말 아닌 실질적인 ‘빛 샐 틈 없는(no daylight)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휴가 중이고, 집권세력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가한 모습이다. 미국에 대북 응징을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으면, 북한 위협을 막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맹 신뢰마저 흔들린다. 미국보다 더한 결기로 나서지 않으면 튼튼한 안보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