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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4일(金)
흔들리는 獨자동차… ‘관행이 되어버린 惡’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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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다임러-폭스바겐-BMW 담합 혐의’ 조사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자동차업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2년 전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최근 다임러로 확산되는가 하면 다임러, 폭스바겐(아우디, 포르쉐 포함), BMW 등 독일 주요 자동차회사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담합을 시도해 왔으며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역시 담합에서 파생된 문제였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다임러는 현재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다임러, 폭스바겐, BMW 등 독일 주요 자동차회사들의 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발단은 독일의 잡지 슈피겔 보도였다. 슈피겔은 지난달 21일 다임러, 폭스바겐, BMW 등의 관계자 수백 명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정기적으로 만나 기술 규격부터 가격, 개발 전략까지 광범위한 문제에 대해 담합해왔으며 당국이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EU 집행위와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이 문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담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들 업체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EU법에 따르면 담합 회사들에는 전체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과 다임러, 그리고 BMW의 매출이 각각 2172억 유로(약 283조 원), 1533억 유로(199조 원), 941억 유로(122조 원)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 돈으로 60조 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EU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황상 독일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담합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의 최강자인 독일 산업계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1972년 스위스 출신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 부회장인 밥 러츠는 BMW의 야심찬 세일즈 팀장이었다. 그는 당시 BMW CEO와 함께 다임러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향했다. 당시 다임러 CEO는 BMW CEO에게 6실린더 세단형 자동차와 쿠페(2도어 2인승의 비교적 높이가 낮은 승용차)는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라며 BMW는 실린더 4개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괴한’ 에피소드는 그가 2013년 출간한 ‘아이콘과 바보(Icons and Idiots)’에 들어있다. EU와 독일 정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담합 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주요 회사 관계자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수시로 만나 연료, 디젤 엔진, 브레이크, 클러치, 트랜스미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적 협력 방안과 규제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WHU 경영대학의 미리암 뮈탈 교수는 “독일 산업계에선 법적 지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독일 경영자들은 미국 경영자들에 비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 발생하게 될 금전적인 결과물에 대해 대체로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 굳이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광범위한 협력(?)을 통해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자는 게 독일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도 이를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폭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 발생 이후 EU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강한 조사를 벌이려 했지만 그때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국 자동차 산업은 건강하다며 자국 자동차 회사들을 두둔하고 나섰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80만 명을 고용하고 산업 매출의 5분의 1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정부로서 이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일상적인 악(惡)’이 점점 커진 것이다.

다임러와 폭스바겐은 조사 과정에서 담합 사실을 자백하고 조사에 협조적으로 나왔다. 물론 이는 담합 사실에 대해 미리 자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유인(인센티브)이 목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BMW는 이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었고 다임러, 폭스바겐 등과의 협력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역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비용 절감은 곧 글로벌 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 산업 전체가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령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합의하에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에 주력했는데 경쟁회사인 일본 토요타(豊田), 미국 GM 등은 전기차 등 친환경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서 성과를 냈고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자율주행에서 기존 자동차 시장의 개편을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변질됐다. FT의 뮌차우 칼럼니스트는 “독일 자동차 산업은 이번 일을 계기로 소비자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며 “20년 뒤에도 자동차를 만들겠지만 냉장고나 세탁기를 만드는 평범한 가전회사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유회경 기자 yoology@
e-mail 유회경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유회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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