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언더파 쳐도 늘 레슨… 티에 공 올린 뒤 ‘2초’ 만에 샷”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승태 ㈜IM푸드 회장이 지난 1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 연습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송승태 ㈜IM푸드 회장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 챔피언에 오른 송승태(55) ㈜IM푸드 회장에겐 특별한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금도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고, 두 번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속전속결형’ 스윙을 한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에서 송 회장을 만났다. 송 회장은 프로선수에게도 벅찬 9언더파까지 기록했고, 지금도 라운드 중 절반은 언더파를 유지한다. 실력파이지만, 요즘도 레슨 프로를 찾아가 머리를 맞대고 샷을 점검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송 회장은 “골프는 스스로 단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스포츠”라면서 “지금도 실수가 나오거나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면 프로에게 달려가 스윙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를 좀 한다는 사람 중에는 ‘이 정도면 돼’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송 회장은 그렇지 않다. 송 회장은 “골프를 잘하려면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의 장점은 프로조차 감탄하는 ‘템포’. 프로든 아마추어든 골퍼들은 대개 티잉 그라운드에서 샷에 앞서 볼을 티에 올려놓고 ‘뜸’ 들이기 마련이다. 연습 스윙 한두 번 하고, 목표물을 본 다음 호흡을 가다듬는 ‘프리 샷 루틴’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송 회장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볼을 티에 올려놓고 샷을 할 때까지 불과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연습 스윙 한 번 없고, 왜글도 없다. 동반자조차 그가 언제 샷을 했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이로 인해 성의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송 회장은 “어드레스에 들어가기 전 짧은 시간에 보내야 할 방향과 거리 파악을 끝마친다”며 “첫눈에 들어온 정보와 상황으로 샷을 결정하는 편이고 이젠 습관처럼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드라이버 비거리가 230∼240m에 이르는 장타자다. 드라이버로 늘 페어웨이 한복판에, 아이언은 그린에 떨어뜨리는 정확도 높은 샷을 구사한다. 그린에서도 캐디에게 절대 라인을 묻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 거리와 라인에 따라 퍼팅한다. 볼 라인도 홀을 향해 맞추지 않고 그냥 대충 놓고 곧바로 퍼팅한다. 그런데도 홀로 쏙쏙 잘도 집어넣는다.

이런 송 회장도 ‘올챙이 시절’은 여느 주말골퍼와 다르지 않았다. 1989년부터 골프에 빠진 송 회장은 실내연습장에서 3개월 정도 배우고 처음 필드에 나갔다. 경기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에서 처음 기록한 스코어는 128타였다. 송 회장은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이왕 골프를 시작했으니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레슨프로에게 집중적으로 점검을 받았다. 연습장을 찾을 때마다 레슨프로의 지도를 받았다. 이것도 모자라 집 근처 부천에서 연습하고, 김포공항으로 가 드라이빙 연습장을 찾았을 정도였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입문 11개월 만에 인천국제CC에서 78타를 쳐 첫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고, 이후 80대 초반 스코어를 넘지 않았다. 이븐파까지는 쉽게 도달했지만 번번이 언더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6번 홀까지 2언더파였다가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첫 언더파는 골프 입문 10년 만인 1999년 인천국제CC에서 2언더파 70타라는 수확을 거뒀다. 한 번 언더파 고비를 넘기니 그 이후 10번 중 7번은 1∼3언더파가 나왔다. 5∼7언더파까지 유지했던 송 회장은 2003년 경기 용인의 기흥CC에서 ‘왕싱글’들과 블루티에서 9언더파 63타를 쳐 ‘라이프 베스트’을 작성했다. 송 회장은 그날 15번 홀까지 이글 1개에 버디 8개를 뽑아내 10언더파를 달렸고 17번 홀에서 유일하게 보기를 범해 두 자릿수 언더파를 놓쳤다. 1∼9언더파까지 골고루 있었지만 그중 2언더파가 가장 많았다. 뉴코리아CC에서는 한 라운드 이글 2차례를 경험했고 지난 3월 해외여행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27홀을 돌면서 8언더파를 남겼다. 18홀에 6언더파, 9홀 추가 때 2언더파였다. 홀인원은 입문 3년 만에 인천국제CC에서 처음 낚았고 2년 후 한원CC와 자신이 운영하던 태국 골프장에서, 그리고 2013년 수원골프장 신코스 4번 홀에서도 기쁨을 누렸다.

골프 기량이 높아질수록 송 회장의 인생은 방향이 틀어졌다. 제조업을 하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외국 골프장 운영 사업에 손댔다가 3년 만에 접었고 두 아들과 조카를 골프 선수로 키우려 했지만 두 아들이 골프 선수의 꿈을 포기하는 바람에 낙담했다. 큰아들은 친구인 김도훈 프로의 캐디로 몇 차례 대회에 출전한 뒤 자극을 받아 다시 프로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프로자격증을 획득한 조카는 군 복무 중이다.

송 회장은 2007년 제조업을 운영하다 정리하고 태국 방콕에서 1시간 40분 거리인 카빈부리 골프장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국 선수의 동계훈련 메카로 키우겠다며 투자했다. 이보미, 김효주, 신지애, 김경태 등 정상급과 주니어들의 동계훈련장으로 이용됐지만, 수십억 원대의 적자를 본 뒤 3년 만에 손을 뗐다. 돈이 되는 일반 골퍼를 받지 않아 적자가 계속됐다.

송 회장은 연간 라운드 중 절반 이상을 청라 베어즈베스트에서 소화한다. 2014년부터 클럽챔피언전에 출전해 2015년 클럽챔피언이 됐다. 송 회장은 “골프를 잘하려고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순간 무너진다”면서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페이드 구질이라면 OB나 해저드 쪽을 보고 칠 만큼 자신의 스윙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