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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4일(金)
‘空約가계부’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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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정부가 바뀌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담은 문서를 대부분 치웠다. 좁은 책상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쏟아져 나오는 문서를 보관하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책상 한편에 모셔두고 있는 문서가 박근혜 정부의 공약(公約)가계부다.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 계획(공약가계부)’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31일,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온 59쪽짜리 문서다.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의 재원(財源) 조달 계획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경멸하는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국세수입 48조 원을 마련하는 등 총 50조7000억 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 당국의 수장(首長)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이제는 정직하게 해야겠다”며 “언제까지나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서 몇십조 원을 더 조달하겠습니다,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하겠다는 이런 이야기 하지 마시고요”라고 일갈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가장 포괄적인 재정 대책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2017년 7월)이다. 김 부총리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이 문건에서 향후 5년간 총지출 증가율을 4.7%로 상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총지출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복지 공약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최소 3조 원) 등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발생한 재정 소요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별로 없다. 총지출 증가율의 현실성은 차치하고라도,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지도 회의적이다. 김 부총리도 최근 세법 개정안 브리핑에서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을 4.5∼5%로 보고 있는데, 총지출 증가율을 4.7%로 가져가면 ‘확대 재정’이 아니라 ‘긴축 재정’이 된다”며 “좀 미흡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원 대책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국정기획위가 밝힌 ‘초과(超過)세수 증대를 통한 재원 조달 60조5000억 원’은 ‘공돈’이 더 들어온다는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내놓은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재정 수입과 비교할 때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더 걷히는 이유도 한국 경제의 체질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고,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혀 향후 5년간 재정 계획의 기준이 되는 세수가 커진 데 따른 ‘기저상승(Base up) 효과’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제학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초과세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마치 엄청난 공돈이 들어오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재부가 곧 내놓을 내년 예산안과 ‘2017∼2021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좀 더 현실성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이라는 김 장관도 “이제는 정직하게 해야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5년, 책상 위에 올려질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가 공약(空約)가계부가 될지, 공약(公約)가계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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