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김동연 패싱’? … 靑수석·실세장관 월권 ‘입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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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장하성 실장 총괄
김현미 장관이 8·2대책 발표뒤
靑 사회수석 부동산 문제 으름장
경제보좌관은 산업부 군기 잡아

“경제수장 흔들면 나라가 혼란”

잇단 패싱에 令 안서는 김동연
“대국민 메시지 세련되게 해야”

‘김동연 패싱(passing)?’

김동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세, 부동산 대책 등 중요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듯한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발표를 주도한 뒤, 3일에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까지 나서서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평소 신중한 성품인 김 수석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지만, 김 장관과 김 수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경제부총리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지고 있다.

4일 경제 부처들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 일부의 ‘월권(越權)’에 가까운 행태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비공개 워크숍에 참가해 탈(脫)원전 등 새 정부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산업부 간부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격이다. 정책에 관한 조언을 하려면 대통령에게 해야지,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질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최근 발표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으로 포함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작품”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기재부가 오는 8월 말 내놓을 예정인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이 있는 부처들이 “우리 부처 예산은 한 푼도 못 깎는다”고 버텨 예산 편성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수많은 복지 공약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재량지출’을 대폭 줄이는 세출(歲出)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실세 장관이 있는 부처들이 버티면서 예산 편성이 제때 마무리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정부 부처에 자리 잡은 실세 장관들이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단기 치적 쌓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종관가(官街)에서는 “○○○ 장관이 내년에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김 부총리는 최근 ‘세법 개정안’ 사전브리핑을 하면서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국민에 대한 메시지도 세련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나 정치인 출신 각료들에게 에둘러 심경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보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운동권 출신 ‘386세대’와 일전을 벌였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시절의 재판(再版)인 것처럼 느꼈다”며 “경제부총리를 흔들면 정책 혼선이 발생해서 결국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