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경찰 첫 조치 잘했으면 어린 생명 구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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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호 학교폭력 전문 경찰관
울산 중학생사건 아쉬움 토로

“학교 측과 경찰이 초기 대응만 잘했더라도 아까운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6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울산의 한 중학교 1학년생 A 군의 자살사건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인 학교폭력 사건 전문 경찰관 조유호(경북 문경경찰서 산양파출소 소속·사진) 경사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 경사는 지난달 24일부터 울산에 파견돼 7일 동안 울산 동구 모 중학교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학교, 학생, 경찰관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A 군의 반 학생 25명 중 13명이 A 군에게 폭력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밝혀냈다. 그는 “학생들은 조직적이거나 공모관계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A 군이 쉬는 시간에 자고 있을 때 툭툭 치거나, A 군의 말투 또는 억양을 흉내 내며 따라 하는 방법으로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경사가 조사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워한 부분은 A 군이 자살하기 48일 전인 지난 4월 28일 학교에서 1차 자살을 시도한 뒤의 학교 측과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조 경사는 “A 군은 당일 친구들이 자신이 자리에 앉지 못하도록 의자를 빼고 밀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 3층 복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하며 자살을 시도했는데, 이후 학교폭력전담기구는 피해자의 진술조사 한 번 받지 않고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는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밝혔다.

조 경사는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진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폭력전담기구 등의 조사에만 의존해 학교폭력이 A 군의 자살 시도와 관련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군의 아버지가 이후 117에 신고,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의사를 보였는데도 담당 경찰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자 진술이 확보되지 않는 등 후속 대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의 대응 미숙도 아쉬워했다.

조 경사는 “학교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경찰 등 책임 있는 기관이 A 군의 1차 자살 시도 후 폭력 피해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해자들의 사과와 후속조치가 이어졌으면, A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안타까워했다.울산지방경찰청은 A 군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교폭력 여부 및 자살 동기 등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