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8.24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1184) 57장 갑남을녀 - 17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유미의 문자가 왔을 때는 이성갑이 유라시아그룹 비서실로 옮긴 지 사흘째 되는 날 점심시간이다. 회사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나오던 이성갑이 핸드폰에 뜬 문자를 봤다.

“생각 많이 했으면 서울로 와. 보고 싶으니까.”

문자를 읽는 이성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김유미가 툭 터놓고 말한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이다. 그래서 본인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가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다시 문자가 이어서 찍혔다.

“나한테는 기죽을 필요 없잖아? 다 알고 있는 사이니까 돌아와서 같이 있어.”

맞는 말이다. 장단점을 거의 아는 사이다. 그래서 무시당할 때는 더 혹독했다. 이번에는 문자가 좀 길다.

“나도 그동안 좀 생각해 봤는데 우린 평범한 부류야. 그래서 꿈이 클수록 좌절도 컸던 것 같아. 그러니까 서로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절반씩만 접도록 하자. 그럼 잘될 거야.”

식당 앞 복도 끝에 선 이성갑이 한동안 문자를 내려다봤다. 그렇다. 감동적이다. 나흘 전, 부루스타컴퓨터의 AS팀 대리였을 때 이 문자를 봤다면 눈물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나는 이제 우연을 믿게 됐다. 우연은 기적과는 다르다. 이 우연은 인연이 꼬리를 이어가다가 만들어진 우연이다. 나는 긴 꼬리를 오랫동안 따라간 후에 이제 잡았다. 다시는 놓지 않으리라. 휴대폰을 든 이성갑이 문자를 눌렀다.

“조언 고맙다. 하지만 네가 말하는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 네 회사의 장기만 대리하고 잘됐으면 좋겠다.”

단숨에 문자를 찍어 보낸 이성갑이 어깨를 폈다. 우연히 김유미와 장기만이 만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김유미는 대범해서 이성갑과 자주 가던 카페를 만나는 장소로 이용했다. 둘을 따라가 보니 둘은 호텔까지 직행했던 것이다. 그것도 내색하지 않고 김유미를 만났던 이성갑이다. 김유미가 자는 사이에 핸드폰에서 장기만과 찍은 사진과 전화번호를 따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날 오후, 퇴근 시간이 돼 갈 무렵에 이성갑은 윤정혜의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밥 먹었어?”

윤정혜의 목소리가 밝다. 이성갑이 유라시아그룹 비서실로 특채됐다는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오복수가 정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라시아그룹 총무부 담당과장은 비서실로부터 부루스타컴퓨터에 계열사 대우를 해주라는 지시를 받더니 이제는 오복수를 할아버지 모시듯이 했기 때문이다. 오복수는 이성갑을 내준 대가로 그룹으로부터 평소의 10배가 넘는 오더를 받는 중이었다.

“응, 그래. 방금 식당에서 나오는 길이야.”

“어느 식당? 콩나물국밥집?”

윤정혜는 이곳 그룹식당이 호텔 뷔페 수준인 것을 모른다. 들어와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아냐. 뷔페 먹었어. 그런데…….”

휴대전화를 고쳐 쥔 이성갑의 눈앞에 그날 밤 일이 떠올랐다. 금방 머릿속이 뜨거워졌고 윤정혜의 외침도 귀에 생생했다.

“여보, 현수 씨! ”

다음 날 현수라는 이름을 찾는 건 이성갑에게 쉬운 일이었다. 윤정혜가 다니는 동우컴퓨터 회사의 영업부 과장 이름이 정현수였던 것이다. 정현수는 25세, 기혼남으로 한시티에서 아내와 다섯 살짜리 아들과 셋이 살고 있다. 심호흡을 한 이성갑이 김유미와는 달리 이번에는 말했다.

“그, 정현수 과장한테 안부 전해줘.”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트럼프가 내 목에 입김 불어넣어…닭살 돋았다”
▶ 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
▶ 보수성향 태극기집회 주도자들 ‘내란선동 혐의’ 수사
▶ “철수땐 20만명 실직”… ‘한국GM 붙잡기’ 仁川이 일어섰..
▶ “김정은, 美공격시 부인·전문가와 中으로 탈출 원격지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철수땐 20만명 실직”… ‘한국GM 붙잡기’ 仁川..
topnews_photo 99년 ‘대우사태’ 재연 위기감기업 사라지면 지역경제 붕괴政財界·시민 ‘쉐보레 사주기’勞도 “상생 발전 방안 찾겠다”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mark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mark보수성향 태극기집회 주도자들 ‘내란선동 혐의’ 수사
文, 외교부 ‘질책’… 靑, 류영진 ‘경고’… 각 부..
살충제 계란에 유해 생리대…‘케미포비아’ 확산
이통3社에 6중 압박 융단폭격 ‘甲질 정부’
line
special news ‘탑과 대마초’ 한서희 “내가 먼저 권유 안해”..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자신..

line
온라인 투표자 4만2556명… 안철수, 힘 받나
“철수땐 20만명 실직”… ‘한국GM 붙잡기’ 仁川..
“최강 ‘멀티태스킹 폰’… 삼성전자의 역사 절정..
photo_news
육군 중사 만취 승용차 한밤중 도로에 ‘벌러덩’
photo_news
배우 류수영-박하선 “부모 됐어요”… 첫딸 출산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93) 58장 연방대통령 - 6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까불지 마라 vs 웃기지 마라
mark아저씨들한테 10가지만 전해라∼
topnew_title
number “트럼프가 내 목에 입김 불어넣어…닭살 돋..
정유라도 탐낸 ‘몰타 시민권’ 12억원이면 산..
복싱-격투기 최강의 ‘맞짱’…누가 이길까
제2자유로 갓길에서 알몸으로 있던 여성 붙..
학부모들과 부적절한 관계 맺은 사립고 진학..
hot_photo
사랑에 빠진 혜리, 영화 ‘물괴’ 끝..
hot_photo
형은 선수 동생은 코치
hot_photo
선미 “JYP 떠나 새로운 도전…믿..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