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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대세’ 김은숙 회당 1억…막내는 월100만원 ‘열정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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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사를 배경으로 한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예능국 PD와 작가들이 아이템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

- 방송작가 집필료의 세계

외주 제작 막내 회당 30만원
방송사 자체 제작 땐 40만원

15년차가 메인작가 입봉 땐
회당 150만원 안팎 원고료

드라마 16~20부작 그치지만
예능 프로그램 5년 이상 장수
예능 작가 수입 더 많을 수도


“전 스물다섯 살입니다. 출근 시간은 보통 오전 11시 이후, 꽤 늦은 편이죠. 사무실에 오면 주변 환경부터 자료 정리 등을 시작합니다. 이리저리 섭외 전화를 돌리고 잔심부름도 하죠. 선배 작가들의 취향에 맞는 간식과 커피를 잘 준비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방송이 있는 날은 특히 더 바쁩니다. 대본을 출력하고, 누구의 대본인지 알 수 있도록 앞장에 이름을 쓰죠. 해당 출연진의 멘트가 있는 부분은 형광펜으로 일일이 칠을 합니다. 대기실에 다과를 준비하고 녹화 시간에 맞춰 오고 있는지 출연진에게 연락을 일일이 취해야 하죠.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그나마 좀 여유가 생겨요. 꽤 오랜 촬영이 끝나면 곳곳에 늘어놓은 대본을 다 챙기고 뒷정리를 하죠. 출근이 늦은 만큼 퇴근은 꽤 늦는데요. 당연히 제가 제일 나중에 집에 갑니다. 그렇게 일하고 제가 한 주에 받는 급여는 40만 원이 조금 안 됩니다. 편성상 방송이 죽는(쉬는) 주에는 돈을 못 벌죠. 그래도 저는 방송사 본사 소속이라 좀 나은 편이에요. 열정페이에 지쳐 포기하는 동기들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방송일이 좋아 버티는 저는, ‘막내 작가’입니다.”(현직 지상파 예능국 소속 막내 작가의 하루)

◇‘입봉’ 꿈꾸며 열정페이

대학 졸업 후 방송 작가의 세계에 뛰어드는 나이는 통상 22∼23세 혹은 24∼25세다. 전문대 출신이냐, 4년제 출신이냐에 따라 급여와 대우도 다르다. 교양이나 다큐멘터리 작가의 경우 대학원을 졸업하거나, 다른 일에 종사하다가 20대 후반 느지막이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방송사 본사에서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속한 막내 작가는 회당 40만 원 정도를 받지만, 외주 제작사 소속 막내 작가는 30만 원 정도로 내려간다. 한 작가는 “프로그램 회당이 아니라 월 100만 원 정도 주는 곳도 여전히 있다”며 “출퇴근 때 택시 타고 다니면 남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박봉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일이 좋아서’다. 여기에 좀 더 현실적인 이유를 더하면 ‘연차가 쌓일수록 수입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통상 15년 차 메인 작가가 되면 회당 150만 원 안팎의 고료를 받는다. 실력이 좋아 PD가 선호하는 작가는 회당 200만 원까지 챙겨주기도 한다. 한 달을 4주로 계산하면 600만∼800만 원이다.

게다가 메인 작가의 경우 소위 ‘더블’을 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로 기획 단계에서 큰 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2∼3작품의 메인 작가를 겸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월수입은 2000만 원 안팎으로 껑충 뛴다. 게다가 드라마가 보통 16∼20부작인 반면, 장수 예능의 수명은 5년 이상이기 때문에 예능 작가의 벌이가 결코 드라마 작가보다 적다고 볼 수 없다.

한 지상파 PD는 “‘○○○ 사단’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메인 작가 정도 되면 친분이 깊은 PD, 유명 MC들이 생긴다. 그들을 섭외하고 소통하며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메인 작가의 역할”이라며 “그들의 ‘촉’과 ‘인맥’에 큰돈을 투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브 작가와 서열 3∼4위 작가들은 직접 대본을 쓴다. 메인 작가가 PD, CP(책임 프로듀서) 등과 회의를 통해 전체 틀을 잡으면 막내 작가가 조사한 자료를 참고삼아 ‘허리’ 역할의 작가들이 대본화(化)하는 식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따끈따끈한 대본을 메인 작가와 PD가 검토해 완성시킨다.

PD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드는 것을 ‘입봉’이라 부르는 것처럼, 작가는 자료 조사 단계를 지나 직접 자신의 글을 쓰게 되는 시점을 입봉이라 본다. 여기까지 가는데 최소 3년 정도 걸린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5년 차 작가는 “막내 작가 시절에는 머리보다 몸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열정페이라 불리는 돈을 받고 일했지만 그래도 대본과 프로그램 말미에 작게나마 내 이름이 걸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며 “메인 작가가 되는 날을 꿈꾸고 일하기보다는, 매주 내가 참여한 방송이 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댓글과 기사 등 피드백을 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대접’받는 드라마 작가

예능, 드라마, 교양, 시사 등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작가는 필요하다. 실제 상황을 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찍을 때도 기본적인 틀과 촬영 방향을 담은 대본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 요즘 가장 ‘대접’받는 분야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대표적 한류 콘텐츠로 급부상하면서 필력 좋은 작가를 잡기 위한 경쟁 또한 심화됐다.

드라마의 경우, 이미 집필료 ‘1억 원 시대’가 열렸다.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를 쓴 김은숙 작가,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바다의 전설’로 유명한 박지은 작가의 고료는 회당 1억 원을 상회한다. 그들이 쓰는 미니시리즈가 통상 16∼20부작임을 고려할 때 두 작가의 수입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모든 드라마를 메인 작가 1명이 쓰는 것은 아니다. 그 아래에는 서브 작가부터 막내 작가가 존재한다. 예능의 경우 엔딩 크레디트에 모든 작가의 이름이 표기되는 반면 드라마가 방송될 때는 메인 작가 1명의 이름만 노출된다는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 밑에서 일했다’는 것이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고, 스타 작가가 실력 있는 후배 작가의 입봉을 돕기도 한다. 서브 작가들의 월급은 연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월급으로 따지면 통상 150만∼300만 원 사이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를 집필하고 있는 김순옥 작가는 ‘왔다 장보리’와 ‘내 딸 금사월’ 등이 잇따라 성공하며 회당 5000만 원이 넘는 고료를 챙기고, 김수현·문영남 작가 역시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류스타들이 대거 참여하는 미니시리즈를 쓰는 작가진 중에서는 김은숙, 박지은 외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 ‘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 등의 회당 집필료가 5000만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드라마 작가들에게 천문학적인 집필료를 주는 것에 대해 ‘아깝다’고 말하는 외주 제작사는 사실상 없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 불리는 만큼 대본이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좋은 작가 한 명만 잡으면 방송사 편성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성공에 목마른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출연을 자청한다. 김은숙, 박지은 작가가 쓰는 작품의 경우 ‘출연만 하면 스타가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웬만한 스타들은 기존에 받던 개런티보다 몸값을 낮추면서도 기꺼이 참여한다.

한 중견 외주제작사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드라마로 입봉하는 작가의 경우 회당 집필료가 1000만∼1500만 원 수준이지만, 일단 작품이 성공을 거두면 단박에 2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급상승한다”며 “유명 작가 한 명만 보유하고 있으면 제작사는 자연스럽게 운영이 될 정도니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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