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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생산성 폭증’하는 AI혁명… 유효수요 부족하면 ‘고용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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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⑥ 기술혁명의 파장

#1. 올해 2분기 애플,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시가총액의 상위 3개사를,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각각 5, 6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를 포함하면 상위 10개 가운데 6개사가 정보기술(IT)기업이다. 불과 7년 전 애플과 MS가 상위 10개에 포함된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다.(표 참조)

테크 자이언트는 자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른 산업에 진출,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월 아마존은 유기농 전문판매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하였고 알파벳의 자회사들은 의료부문과 렌터카 서비스에, 페이스북은 영상 영화부문에 진출했다. 우버는 작년 자율주행 화물수송회사 오토(Otto)를 인수, 자율주행기술의 상업화에 한층 다가섰다.

현재 구글의 탐색엔진은 미국시장의 87%, 유럽시장의 91%, 아마존은 온라인 서적 판매의 65%, 페이스북은 미국 SNS의 75%를 점하고 있다. 소비자가 뉴스, 음악, 영화관람, 독서 등에 할애하는 여가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관련 분야인 음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기존산업은 크게 위축되었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쇼핑으로 이동하는 아마존 효과로 올해 이미 미국의 유통소매업 10개사가 도산했고 130년 전통의 백화점 시어즈의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월마트(미국), 테스코(영국), 까르푸(프랑스) 등 세계 유수의 소매유통회사의 주가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대신 아마존은 S&P500 유통지수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미 전역에서 쇼핑몰과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아마존 효과는 상업부동산뿐 아니라 기존의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도 빼앗는 바람에 주택부동산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 테크 자이언트의 도약은 우리에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알려진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룬 기술혁신에 그 배경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기업들은 최고의 인공지능(AI)을 구축, 시장을 장악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IBM이 왓슨(Watson)을, 아마존이 알렉사(Alexa)를, 애플이 시리(Siri)를 개발했다. 작년 구글은 모바일 퍼스트(first)에서 AI 퍼스트로 전략을 수정했고 페이스북과 MS 연구진도 AI와 로봇공학 분야에 몰입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회사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에 아인슈타인(Einstein)을 장착했다.

이렇듯 기술패권을 놓고 충돌을 야기할 정도의 기술혁명은 기존의 산업과 고용에 지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그에 따른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C 페레스는 ‘기술혁명과 금융자본’에서 현재 일어나는 기술혁명을 현대 자본주의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20세기 전후에 비유하고 있다. 당시 획기적인 기술발전으로 대량 생산과 운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거대기업이 탄생,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시작되었다. 영국의 가족 중심 인적(人的) 자본주의와 완전경쟁시장은 미국과 독일의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자본주의와 과점적 시장구조로 대체되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시어즈, 다우, 바이엘, AEG, 지멘스(Siemens) 등 전통 거대기업은 대부분 당시의 산물이었다.

페레스는 100년 만에 새로운 자본주의가 도래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과연 어떤 경제원리와 시장질서를 가진 자본주의일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서 그 단초를 찾고 있다. 현재 구글의 탐색엔진이나 페이스북 뉴스가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인공지능이 무인수송,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연산력(演算力)과 함께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조건이 이미 충족되었다고 평가한다.

중국 청년들의 우상인 벤처사업가 리카이푸는 6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 ‘AI의 진정한 위협’에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인공지능의 속성임을 강조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할수록 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더 커지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더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영화 ‘오블리비언’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으스스한 예측이 정확하다면 새로운 자본주의는 복수의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는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하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으로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독점을 규제할 때 비록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또는 차차선의 경제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속성상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출될 것을 고려하면 그 혜택은 독점의 폐해를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는다.

예로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인플루언셜(Influential·https://influential.co)은 SNS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찾아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에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다.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 주는 인공지능매칭시스템은 사람들이 더 나은 직장을 탐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절약해 줄 것이다.

#3. 문제는 새로운 레짐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로봇이 영희의 일자리를 빼앗을 때 영희는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그 높은 확장성으로 철수와 바둑이의 일자리까지 빼앗는다면 많은 사람이 일이 없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술혁명이 두려운 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포함한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 때문이다.

경제 교과서에서 기술혁명은 획기적인 생산성의 증가로 정의된다. 단기간에 생산성이 엄청나게 증가할 때 일어나는 현상은 다음의 예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노동자 한 명이 하루에 핀을 100개 생산한다고 하자. 만약 이 경제에 100명의 노동자가 있다면 하루에 모두 1만 개의 핀이 생산될 것이다. 만약 기술혁신이 일어나 노동자 한 명이 하루 100개가 아닌 1만 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 이제 100명의 노동자는 하루에 100만 개의 핀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생산성이 100배가 증가했으므로 당연히 임금도 100배가 오를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이 100배 증가해도 여전히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핀이 하루에 1만 개에 불과하다면 임금이 100배 오르는 대신 99명의 노동자가 해고된다.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핀에 대한 수요가 하루 1만 개씩 늘 때마다 고용은 한 명씩 늘어난다. 핀에 대한 수요가 100만 개가 될 때 비로소 100명의 노동자가 모두 고용되고 임금도 100배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 예는 필자가 강의시간에 케인스의 유효수요를 설명할 때 말하곤 한다. 기술혁명의 두려움은 곧 유효수요의 부족에서 비롯한다. 만약 유효수요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의 확장성은 곧 산업과 시장의 확장성, 기술혁명은 곧 인류복지혁명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마치 수주 내 화성으로 관광을 떠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4. 기술혁명은 현재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을까. 기술혁명의 발원지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4%로 2001년 이래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적어도 외견상 기술혁명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질임금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질임금이 정체된 것은 물론 생산성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기술혁명의 증거인 생산성 증가가 통계상에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생산성 정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이기도 하며 경제학계가 지난 80년간 잊혔던 단어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다시 끄집어낸 계기가 되었다.

최근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의 고용과 정체된 실질임금이 공존하는 모순되게 보이는 현상을 저생산성 부문의 고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2007년 이후 교육, 의료, 개인, 여가 관련 서비스업과 같은 저생산성 부문에서 700만이 증가했으나 정보, 금융과 같이 부가가치가 5∼10배 정도 높은 부문의 고용은 정체되거나 줄었다.

결국 기술혁명은 고용이 고생산성 부문에서 저생산성 부문으로 이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고용시장은 호황이지만 저생산성 부문의 고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정체된 것이다. 앞의 예에서 퇴출당한 99명의 노동자가 허드렛일로 밥벌이를 한다면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100명의 생산성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요컨대 현시점에서 기술혁명은 기계가 인간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부문에서의 노동수요를 줄이게 되었고 그에 따른 과잉 노동공급은 한편으로는 노동시장에 임금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생산성 직종의 고용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생산성은 정체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명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볼 때 나라별로 고용시장의 호·불황이 엇갈리지만 정체된 생산성은 공통적인 현상으로 관측된다.

#5.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하고 예측한다. 알파고의 대국(對局)에서 보았듯이 같은 일을 하는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 창조적 사고, 공감, 직관력, 의문,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데이터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기 위해서 존재해 왔다. 리카이푸의 예언대로 소수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인구 다수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내몰린다면 기술진보는 멈출 수밖에 없다. 기술진보를 가져올 상업적 동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금이 기술기업에 투자하고 그 수익으로 상당수 인구가 기본소득을 받는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에 나옴 직한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인류가 지금까지 이룬 기술진보는 번영의 동력이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기술혁명이 가져올 딥임팩트는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얼마든지 운명을 가를 수 있다. 1993년 노벨상 수상자 D 노스는 공저한 ‘서구세계의 부상: 신(新)경제사’에서 ‘재산권’이라는 제도가 한 나라의 혁신과 발전에 미친 영향을 통해 800년 유럽 중근대사(中近代史)를 재조명했다.

기술혁명시대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구축, 고용시장을 정비하고 혁신부문을 활성화하는 대신 그 부정적 효과가 두려워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나라는 결국 글로벌 경제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2년 전 타개한 신제도주의학파의 선구자 노스가 우리 시대에 주는 교훈이다. (문화일보 7월19일자 28면 5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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