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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빛깔부터 다른 고소함… 늦여름에 걸쭉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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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인 서리태콩국수. 몸에 유익한 성분 역시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서리태콩국수

해마다 여름이면 빼놓지 않고 꼭 해먹는 음식이 있다. 삶은 콩을 갈아 얼음 동동 띄워 시원하게 즐기는 영양 만점 콩국수다.

콩국수가 특유의 걸쭉하고 뽀얀 국물과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콩이라는 식재료 덕분이다. 콩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항상 도시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반찬이 까만 콩자반이었는데, 그때는 먹기가 어찌나 싫던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많았다. 뜨거운 여름 어머니가 힘들게 잡초 뽑고 정성껏 콩농사 지어 타작하고 수확해 만들어 주신 거였는데, 어릴 땐 왜 그 정성과 소중함을 몰랐는지 지금 생각하면 죄스러운 마음 가득하다.

‘콩’이라는 한 음절 단어로 통칭하기 어려울 정도로 콩은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이다. 콩의 대명사격인 노란 메주콩, 겉과 속이 다른 검은콩, 약효가 탁월한 쥐눈이콩, 껍질을 까먹는 재미가 있는 풋콩, 두뇌활동에 좋은 완두콩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각양각색의 콩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영양 면에서 콩을 따라올 작물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콩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나라별로 가정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입맛과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원산지가 동북아시아인 콩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콩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물이다.

우리 음식문화의 뿌리이자 전통발효 식품인 장류의 주원료라는 점 하나만으로 콩이 얼마나 중요한 식재료이고 절대적 위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콩으로 만든 된장으로 나물도 무치고 국도 끓이고 청국장, 막장, 쌈장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콩으로 만든 간장도 우리네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기본 소스 양념이다.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식탁에 빠지지 않는 두부도 콩으로 만든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콩비지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사실 콩은 날것으로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 특성 탓에 오히려 다른 형태로 만들어 먹으면 소화 흡수율이 높아지는데, 두부로 만들어 먹으면 95% 이상, 된장으로 만들어 먹으면 80% 이상이 몸에 흡수된다고 한다. 두부와 함께 국민 반찬으로 꼽히는 콩나물은 콩에 싹을 틔워 나물 무침이나 국으로 먹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콩을 길러서 콩나물로 먹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보통 콩은 3월에 파종해 7월에 수확하는데, 검은콩에 속하는 서리태콩(사진)은 5월 중순에 심어 10월쯤 수확한다. 시기적으로 서리를 맞으며 자란다고 하여 ‘서리태’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껍질은 검은색이지만 속이 파랗다고 하여 ‘속청’이라고도 부른다.

서리태콩은 물에 불렸을 때 잘 무르고 당도도 높아, 주로 다른 잡곡과 함께 밥에 섞어 먹거나 콩떡을 만들거나 하는 용도로 쓰인다. 또 청국장을 만들 때 서리태콩을 발효시켜 만들면 메주로 만든 청국장보다 맛도 영양도 더 좋다고 한다.

이렇게 맛도 영양도 우수한 서리태콩으로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별미요리가 이번에 소개하는 서리태콩국수이다. 고소하고 진한 검은 빛깔 콩국물이 일품으로, 일반 콩을 갈아 만들어 내놓을 때와는 또 다르게, 색감, 향, 맛, 든든한 포만감까지 여름 보양식 한 그릇 먹은 듯하다는 찬사가 쏟아지곤 하는 음식이다.

얼마 전 멀리 남해에서 서울 아들 집을 잠시 찾으신 어머니께 삶은 콩과 콩 삶은 물, 우유, 견과류 몇 가지 넣어 곱게 갈아 서리태콩국수를 시원하게 한 그릇 정성껏 만들어 드렸다. 셰프 아들이 그나마 쉽게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 하는 것인데도,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어릴 적 어머니 몰래 콩 도시락 반찬을 내다 버리던 생각이 나 순간 울컥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도 아빠가 서리태콩국수를 해주면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모두 들이켜며 ‘엄지 척’을 해 보인다.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는 행복한 순간이다. 서리태콩물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배고플 때 먹어도 훌륭한 영양간식이 된다. 서리태콩국수를 만들어 여름철 온 가족 둘러앉아 건강과 맛, 행복까지 챙겨보는 건 어떨까.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 : 서리태콩 2/3컵, 볶음검은깨 4수저, 볶음땅콩 5수저, 콩물 1/2컵, 소금 2/3큰술, 우유 2와1/2컵, 오이 1/5개, 토마토 슬라이스 1/6개, 삶은 계란 1/2개, 소면 한 줌



만드는 법

1. 서리태콩을 깨끗이 씻은 후 물에 3∼4시간 불린다.

2. 냄비에 불린 콩과 물을 함께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5분간 삶아준다.

3. 삶은 콩은 찬물에 식혀두고, 삶은 물은 콩물 만들 때 사용한다.

4. 오이는 곱게 채 썰어 놓고 토마토는 6등분한다.

5. 계란은 12분 정도 삶아서 절반으로 잘라 준비한다.

6. 소면은 3분 정도 삶아서 찬물에 씻어준다.

7. 삶은 소면을 예쁘게 말아 그릇에 면을 모아서 담아준다.

8. 얼음을 몇 개 넣은 후 콩물을 붓고 토마토, 오이를 올려 장식해 완성한다.


조리 Tip

1. 콩은 너무 오랜 시간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너무 익히지 않아도 콩 비린내가 나므로, 콩 삶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 콩을 갈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믹서에 갈면 콩물이 거칠어지므로, 적당량을 넣고 갈아준다.

3. 콩물에 소금간을 해서 장시간 두면 콩물이 삭을 수가 있다. 소금은 항상 먹기 직전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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