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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입체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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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인간과 자연의 이치가 뿌리 깊이 아로새겨진 우리 고유의 문자로, 한국인의 얼과 생각의 터전을 다지는 소중한 벗.’ 우리의 문자 ‘한글’의 사전 밖 풀이이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 진흥 공모전 ‘함께 만들어 가요, 우리말 사전’에서 3명의 이화여대생이 공모,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전문가의 규범적 풀이보다 쉽고 한결 정감이 있다. 국립국어원의 ‘2017 나만의 국어사전 뜻풀이 공모’는 올해에도 계속된다. 거울, 보람, 사전, 사투리, 알콩달콩 등 10개의 제시어 중 5개 이상을 골라 작성한 뜻풀이를 오는 15일까지 응모하면 된다. 누구나 참여해 만드는 인터넷 국어사전 ‘우리말샘’의 경품 버전 격이다. 참고로, 우리말샘의 지난 7월 기준 단어는 72만5706개, 구(句)는 37만4387개로, 모두 110만93개다. 하지만 ‘없는 말이 없는’ 우리말 사전이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참여는 정치판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처럼 국어사전에도 필요하다. 여럿이 나서서 이미 나온 말도 깁고 덧대고 꿰매고 마름질하면 즐겨 입에 올리고 싶은 아름답고 고운 말이 된다. 여럿이 모여 만들고 다듬으면 말도 살아 숨을 쉰다.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한잔’이란 표제어를 찾아보면 ‘간단하게 한 차례 마시는 차나 술 따위’라고 나온다. 술이나 차(茶)만 예시할 뿐 물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줄기’도 마찬가지다. 한 번 세게 쏟아지는 소나기 따위의 빗줄기라고만 돼 있다. 요즘 같은 복달더위에 고맙기 그지없는 시원한 ‘바람’은 들어 있지 않다. 풀이말의 판올림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있다. 하나의 표제어를 검색하면 그 풀이말이나 관련어까지도 동시에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간단하다. ‘링크’ 기능을 주면 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엷어진다. ‘입체 국어사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제어의 발음을 예시하는 것도 좋지만, ‘듣기’ 기능을 추가해 실제 발음을 들려주면 천만 배나 더 효과적이다. 그런가 하면 열 줄의 설명보다 단 한 컷의 사진이나 삽화가 인명·지명이나 동식물 같은 고유명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사람과 시간과 돈이다. 당연히 이 모든 부담은 국가의 몫이다. 한 나라의 어문 경쟁력은 국력에 비례한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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