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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국가주도 예술지원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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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문화예술계 최대 이슈인 블랙리스트 대책을 지켜보는데 2010년 2월 1일 아침이 떠올랐다. 그날 일찍부터 서울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앞에서 김정헌 위원장을 기다렸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김 위원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해임되자 법원에서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이날 다시 출근했다. 몰려든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정상출근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기가 막힌 ‘한 지붕 두 수장’ 사태의 시작이었다. 바로 그 몇 해 전 외부 압력 배제를 내걸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꿨지만 부당한 현실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태를 취재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한 지붕 두 수장’ 사건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구습이 더 흉측한 몰골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지난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 문예위가 있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계에선 문예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에는 문화예술 단체 12곳과 문화예술인 62명이 ‘가는 방향을 정해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성명을 내고 위원장 임명을 포함해 문예위 개혁에 관한 열린 논의를 요구했다. 박명진 전 위원장 후임에 대한 임명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제도 개혁이 없으면 누가 위원장이 되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원장 최종 임명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예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요청했다.

이렇게 문예위가 수년 동안 거듭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국가 주도형 예술 지원에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 예술 지원의 중심은 관이 주도해 심사하고, 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국가 주도형 성장을 그대로 닮은 국가 주도형 지원이다. 연극인과 연극작품, 무용가와 무용작품을 심사해 지원금을 주고, 책과 원고를 심사해 뽑힌 책을 직접 구입해 도서관에 나눠 주며, 심사를 통해 뽑힌 문예지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이 같은 국가 주도형 지원은 아무리 공정한 심사를 표방한다 해도 정권의 성향에 따라,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기울어지기 쉽다.

하지만 직접 지원의 문제는 단순히 심사의 공정성이라는 절차 때문이 아니다. 이 같은 개별 예술가, 개별 작품에 대한 직접 지원이 효과 면에서도 예술가와 예술 향유자 양측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 산하 단체가 심사해 특정 책을 선정, 구입해 도서관에 비치하기보다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작은 도서관의 장서 구입비 자체를 더 늘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 이런 지원은 몇몇 예술가와 작가에게 쏠리고 몰리는 결과로 귀착되기 쉽다. 그러니 예술가에 대한 나눠 주기식 개별 지원보다는 예술 스태프에 대한 교육, 대관 개방 같은 공공적 인프라 투자가 더 효과적이다. 블랙리스트를 계기로 마련된 문화 제도 개혁의 논의가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 마련이라는 틀에만 국한되지 말고 보다 업그레이드된 예술 문화정책으로 가는 도약대가 됐으면 한다.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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