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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야근·회식 숨 막혀”… 대기업 나와 기술직 가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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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푸어보다 전문직이 낫다”

명문대 나와도 구직환경 열악
전문대 유턴 4년새 48% 증가
타일공·용접공·건축기능사…
퇴직 없고 자영업 가능해 선호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뒤 대형 광고 회사에 다니던 A(31) 씨는 최근 직장을 박차고 나와 타일·건축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졸업을 미뤄가며 3년간 행정고시에 도전했다가 떨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기업에 입사했지만 회사 생활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9일 “야근에 회식까지 하면서 박봉을 받는 게 답답했다”며 “차라리 기술이라도 배워 단순 노동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B(여·28) 씨는 3년 전 방송작가 아카데미 수료 후 외주업체에서 막내 작가 일을 전전하다가 올해 3년제 전문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B 씨는 “코피까지 쏟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방값조차 내기 힘들었다”며 “적성이고 뭐고 제때 월급 들어오는 직장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경기불황과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4년제 대학을 버젓이 졸업하고도 전공과 무관하게 타일이나 전기용접, 배관, 도배 등 전문기술을 익혀 구직전선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점차 늘고 있다. “급여가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직업을 얻어 ‘고학력 워킹푸어’로 전락하는 청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차라리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익혀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전문성도 인정받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실제 4년제 학위를 가진 청년들이 전문대로 유턴하는 현상도 흔히 목격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유턴 입학자’가 2014년 4984명, 2015년 5489명, 지난해 6122명에 이어 올해(3월 기준) 벌써 7412명에 이르는 등 급증 추세다. 불과 4년 새 48.7%나 증가한 셈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특히 올해 입학자 중에는 서울대 공대 졸업자와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졸업자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예 국내를 떠나 해외에 정착해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들도 기술을 배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결혼이나 출산,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헬조선’에서 살 바엔 차라리 기술자를 대우해주는 해외에서 사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C(35) 씨는 국내에서 취업 실패 후 용접기술을 배운 뒤 호주로 떠나 2년째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오후 5시 전에는 퇴근하고 연봉도 웬만한 대기업보다 많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임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직장을 구하기조차 힘든 최악의 취업난에 직면한 데다, 막상 취업해도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년을 채워 퇴직할 수 있고 자영업 전환도 쉬운 기술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민·김현아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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