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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1일(金)
“北核위기 매우 심각… 트럼프, 예방공격 가능성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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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갈루치 전 북·미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는 지난 3일 워싱턴DC 조지타운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회상하면서 “만일 당시 대북 예방공격을 놓고 투표했다면 나는 찬성 쪽에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美 조지타운大 석좌교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지난 7월 2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 이후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 북한의 핵탄두 탑재 ICBM의 공격대상이 된 미국 워싱턴에서는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가 검토했었던,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타격하는 ‘예방 공격(preventive strike)’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북핵 시계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1994년 ‘제네바 합의’ 이전, 북·미 간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감돌던 23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당시 미국 측 협상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전격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71)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과연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본인을 “낙관적인 편”이라고 소개한 갈루치 석좌교수의 진단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는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보다 지금이 훨씬 상황이 나쁘다. 확실히 핵위기이며 매우 심각하다(serious)”고 분석했다. 또 갈루치 석좌교수는 북한이 한·미를 공격하면 미국의 대규모 핵 보복 공격이 뒤따를 것이라는 개념의 대북 억제력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ICBM 능력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꽤 있다(quite possible)”고 우려했다.

갈루치 석좌교수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 1993년으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만일 당시 대북 예방공격을 놓고 투표했다면 나는 찬성 쪽에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소장도 겸임하고 있는 갈루치 석좌교수와의 인터뷰는 그가 휴가지인 콜로라도주 별장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한 직후인 지난 3일 조지타운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2차례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많은 전문가가 이를 ‘게임 체인저’라고 보고 있다.

“게임 체인저라는 표현은 일종의 ‘로디드 프레이즈(loaded phrase·강한 감정적 함축이 들어 있는 문구)’다. 즉 당신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게 모든 상황을 바꾼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능력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며, 이는 내 입장에서도 신중하고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여기가 핵심인데, 과거 소련과 중국에 작동했던 억제는 북한에도 작동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이 우리 영토에 핵·미사일 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북한을 파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수천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게 바로 억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무기 능력이 우리나 우리 동맹들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미국은 한·일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잘 작동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작동할 것이다.”

―당신은 대북 협상론자로 알려져 있는데, 기본 인식이 ‘북한의 공격 시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한다’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미국은 절대 핵을 엄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우리가 하지 않을 것을 말해선 안 된다. 우리가 북한이 동맹인 한·일이나 태평양의 미군 기지, 또는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하려는 것을 억제하는 데 있어 신뢰를 받고 싶다면 북한이 절대 미국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데 매우 진지해야 한다. 우리는 핵으로 보복공격을 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압도적인 방식으로 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우리는 확실히 억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문구는 내가 방금 언급한 상황을 묘사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북한의 ICBM 능력 개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할 때 사용되는 문구다. 이는 내가 말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개발을 막기 위해 대북 공격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언급한 표현은 북한 미사일 개발 방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공격이나 선제공격이 아닌 예방공격을 언급한다는 이야기인가.

“예방공격과 선제공격은 의미가 다르다. 선제공격은 곧 당신을 공격하려는 나라를 타격하는 것이다. 선제공격은 윤리적 측면에서 하자가 없으며,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당신이 우리를 공격하는데, 우리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기 위해 공격한다면 이건 예방공격이다.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개발을 막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검토했던 것은 예방공격인가.

“만일 당시 북한을 공격했다면, 북한의 플루토늄(핵물질) 시설을 타격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건 예방공격이라고 명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때 내가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시설과 5㎿ 원자로 타격을 추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김일성은 입장을 바꿔 협상에 복귀했으며 우리는 ‘제네바 합의’에 도달했다. 그래서 실제로는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만일 당시 대통령 보좌관이었다면 예방공격에 찬성했을까.

“아마도 나는 찬성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북한이 당시 금지했던 플루토늄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선호한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당시 대통령이 원형 탁자에 참모진을 다 모아 투표를 했다면, 나는 대북 공격을 찬성했을 것이다. 특히 북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지했을 것이다.”

―지금과 1990년대 상황은 많이 다른데, 현재는 군사적 옵션이 불가능한 것인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만일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는 게 명확하다면 나는 한·미·일이 대북 선제공격에 나서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논의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막기 위한 예방공격을 한다면 군사적 옵션에 대한 나의 답변은 ‘노(No)’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 요격을 언급하던데.

“요격은 더 쉽다. 북한이 다른 나라를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당연히 요격해야 한다. 요격은 북한이 다른 국가의 영토를 공격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다른 현상이다. 지상에 있는 북한 미사일을 타격하는 것은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발사한 ICBM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은 북한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요격이 때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매우 높은 신뢰 수준은 아니다. 날아오는 미사일이 한 개가 아니라 다수일 때, 우리가 발사 준비가 안 돼 있을 때, 또 상대가 탐지하기 어려운 디코이(가짜 탄두)를 발사할 때 특히 그렇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제2의 한국전쟁은 재앙적”이라고 밝힐 정도로 실제 대북 군사적 행동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매티스 장관이 옳은 말을 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 다른 한국전쟁은 참혹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북한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ICBM 능력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예방공격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처럼 들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공격을 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꼭 예방공격을 할 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Yes). 한국이 우려해야 하고, 나도 우려한다. 미국도, 일본도 모두 우려해야 한다.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지금이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보다 훨씬 상황이 나쁘다. 북핵은 여전히 2차 위기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건 확실히 핵위기이며 매우 심각하다.”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불예측적이며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때문인가.

“아니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억제하는 수단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안하지 않고, 이는 미국을 북한 미사일에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억제를 이용해 미사일 위험을 방어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억제에 익숙하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억제와 함께 살았지만,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 능력 속에 사는 걸 매우 꺼린다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이나 러시아 지도자와는 달리 억제될 수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김정은을 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북핵 문제가 위기인 이유는 미국 리더십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미국 지도자들도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억제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불편해할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가지고 있지만 확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억제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억제는 심리적 개념으로, 당신이 억제하려는 잠재적 적이 계산을 한 뒤에 도발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김정은이 어떻게 계산할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의회는 백악관보다 더 매파인 것 같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매파는 재밌는 단어다. 일례로 매파 정치인들은 시리아 공격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개시되면 문제가 완전히 다르다. 정말 18세 소년·소녀들이 전쟁에 나가 팔다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다르다. 이들은 화법에서 매파적일 수 있고, 토마호크 공습에 대해서도 매파적일 수 있지만 의회가 제2의 한국전쟁에 매파적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다. 이들이 실제 전쟁에 자신의 자녀들을 보낼까. 자원하지 않는다면 징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의회 인사들의 자녀 중에서 군에 복무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

―군사적 옵션이 제외된다면 북한 정권교체, 한·일의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등 다른 대안은 어떤가.

“한·일에서 핵무장과 관련한 움직임이 실제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지난 60여 년간 미국의 핵정책에 부응해온 동맹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매우 이상하고 말도 되지 않는다. 과거 역사가 중요하지 않다면 이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한·미 간에는 엄연한 동맹의 역사가 있지 않나. 한국에서는 이미 전술핵을 배치했다가 철수했고, 평화헌법 때문에 일본에는 핵을 배치한 적이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쯤에서 대화 주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포함한 대북 옵션에서 전반적인 북·미 관계 일반으로 넘어갔다. 갈루치 석좌교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문”이라면서 불쑥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미국과 북한 간의 중요한 쟁점이 무엇인가. 양국 간 적대감의 원인이 무엇인가. 영토냐, 종교냐, 정치적 이념이냐, 아니면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체제 차이냐.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과도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인데, 이는 또 기술적으로 얼마나 쉬우냐. 당장 서류를 갖고 와서 서명만 하면 된다. 과연 북·미 간에 핵심 쟁점이 뭐냐. 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한 측과의 1.5 트랙(반민반관) 대화에서 내가 북측 인사에게 ‘왜 미국을 죽이려고 하느냐. 이제 그런 화법은 멈춰라’고 하니까 그 인사가 ‘미국이 우리 목을 조르려고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북측 인사가 ‘미국은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하더라. 내가 ‘우리는 그런 게 아니다’고 하니 답을 못하더라.”

―그렇다면 본인은 북·미 간에 핵심 쟁점이 뭐라고 보는가.

“내 생각에는 가장 큰 현안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북한의 인권 정책인 것 같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지금 완전히 경시하고 있지만, 나는 미국이 북한 같은 인권 정책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는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본다. 사실 미국의 인권 기준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다. 미국은 올바르지 않은 인권 정책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북·미 간에는 인권 외엔 현저한 현안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해법으로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 사용을 압박하고 있는데, 작동할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카드까지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로 현명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다. 중국은 수십 년간 자신들의 이익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수없이 계산해온 나라다. 반면 미국은 북한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에 중국이 뭔가 더 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상대로 설득을 시도해 왔지만, 아시다시피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미국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의 카드를 가지고 중국을 설득하자는 ‘빅딜론’이 나오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어려운 부분이다.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나의 주요 현안은 북한과 중국이다. 일본도 중국이 주요 현안이다. 한국은 좀 다르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상태 유지를 원하는 도쿄(東京) 지도부도 미·일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모호성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더 나아가 가끔 한국의 미래가 미국보다 중국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실제 우리(미국)는 한국이 우리의 방어 공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가끔 북한 위협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양국 관계에 다소 모호한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이야기인가.

“만일 내가 협상장에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동의한다는 조건하에서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감축 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과거 2차례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있었는데, 그때 한국인들은 매우 분노했다. 만일 우리가 한국에 가서 현재 3만 명에 가까운 주한미군을 감축한다고 말하면서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먼저 이야기하고, 일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검토한 뒤에 동의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문제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중국에서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한국에서 기지를 운용할 능력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게다가 북한은 여러 차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을 수용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지 않으냐.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유사한 발언을 했고, 그 이전에도 내가 만난 북한 인사가 ‘미군이 꼭 한반도에서 철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내가 이 발언을 외교전문으로 국무부에 보낸 기억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감축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제는 한국과의 사전 협의와 동의 없이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핵심 역할은 북한보다는 중국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북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또 북한 도발에 대응해 한국에 동맹 체계와 핵우산 제공을 보장해야 하지만 미국에 있어 한·미 동맹의 가치는 중국 때문에 더 큰 측면이 있다.”

―중국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반드시 한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은 연합훈련이며, 우리는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

―당신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최근 제안한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발언을 지지할 것 같다.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왜 ‘어느 시점’을 기다리는지는 모르겠다. 그 시점이 오기 전에 뭔가 일어날까 봐 걱정된다.”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은 무엇이 돼야 하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어떤 것을 수용할 수 있느냐, 그리고 한·미 동맹에 어떤 손해도 끼치지 않는 것이 기준이 될 것이다. 그것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든, 주한미군 감축이든 북한의 요구에 맞으면서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게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답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 대화를 제안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가. 북한이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 외에도 뭔가 도발적인 행동을 더 하겠다고 경고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다소 강경 노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은 아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제안에 다소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안을 공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한국이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미국과 먼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며 나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핵심이 뭔가.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누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김정은을 잘 모르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잘 모르겠다. 지금 대통령에 대해 아는 전문가가 누가 있을까. 아마도 영부인이나 대통령 가족이나 알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매우 인상적인 참모가 3명 있다는 점이다. 장군 출신인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대통령이 평화와 전쟁에 대해 논의할 때 분명히 이 3명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매우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한·미 관계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문제로 한·미 간 갈등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인데, 그 국가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 글·사진 = 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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