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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1일(金)
한 손으로 80대打!… 프로도 혀 내두른 ‘원핸드 스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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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에서 스윙하는 김석주 대표. 아이언 샷 후 오른팔이 골프채와 분리되고 있다.
김석주 세영㈜ 대표

김석주(50) 세영㈜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골프’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오른손목 절단 장애인이다. 양손을 갖고도 뜻대로 안 되는 게 골프이지만 김 대표는 한 손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스윙하면서 80대 스코어를 만들어낸다. 간혹 컨디션이 좋고 ‘필’ 좀 받는 날이면 70대에도 진입한다.

지난 8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비록 오른손 장애가 있지만 불편함은 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녔고, 의수(義手)를 착용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세 때 입대를 앞두고 작업 도중 사출기에 오른손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회사에서 보상 차원으로 계속 일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직장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한동안 방황했다. 장애인이 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을 망쳐놓은 사출기 앞에 다시 섰다. 장애를 지닌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천직’이라고 여겼기 때문.

1990년 인천 계양 쪽에 공장을 차렸다. 그릇을 찍어내는 사출기를 사 제품을 찍어내며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거래처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신체의 핸디캡이 있다 보니 그가 만든 제품에도 선입견이 개입됐다. 그럴수록 남보다 배 이상 부지런해야 했다. 고생도 많이 했다. 편견을 깬 그는 지금은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 대표는 2012년 골프를 시작했다.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사장이 골프를 권하면서부터. 김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완강히 거절했지만, 거래처 사장은 “골프를 할 수 있는지만 알아보자”면서 김 대표를 연습장의 레슨프로에게 데려갔다. 김 대표는 프로 앞에서 10분 동안 한 손으로 클럽을 휘둘렀다. 프로는 김 대표에게 “골프는 할 수는 있지만 거리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프로의 그 한마디에 오기가 발동, 골프에 입문했다. 때마침 집 근처에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이 개장했고, 천연잔디가 깔린 드라이빙 레인지가 운영되면서 연회원으로 등록했다.

김 대표는 산악자전거를 10년 이상 즐겼다.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만 4차례. 자전거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돌파’한 적도 있다. 장애 탓에 자전거 브레이크 두 개를 왼쪽 손잡이 쪽에 달아 놓았다. 자전거대회에 참가하면 늘 상위 5% 안에 들어갔다. 지인 5명과 김포 아라뱃길에서 출발해 속초까지 245㎞를 하루 만에 주파한 적도 있다. 평균 속도 25㎞로 12시간 주행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장애인이라서”라는 말을 듣기 싫어 이를 악물고 버틴 결과였다. 사이클로 다져진 체력 덕에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36홀을 거뜬히 소화한다.

골프는 장애가 있기에 어려웠다. 골프채를 양손으로 잡지 못하기에 처음엔 공을 맞히는 것조차 버거웠다. 매일 오전 6시 연습장에 나가 2시간 정도 땀을 흘린 뒤 출근했다. 한쪽 손이 없어 팔을 그립에 붙여 쳐야 했다. 여름에는 땀 때문에 미끄러져 미스 샷이 나오기 일쑤였다. 보조 의수를 활용해보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김 대표는 장애를 숨기고 싶지 않아 그대로 스윙했다. 손목 부위가 그립 부분에 닿다 보니 피가 나고, 상처도 많이 생겼다. 수천 번을 반복해 이젠 굳은살이 박였다. 왼손 위에 오른팔을 붙여 어드레스를 하지만 드라이버나 우드, 롱 아이언처럼 큰 스윙을 하면 임팩트 이후 오른팔은 골프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쇼트아이언이나 웨지, 퍼터는 늘 붙여서 끝까지 폴로스윙을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스윙 탄도가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방향성은 좋아 7번 아이언으로 150m를, 드라이버 샷은 런이 많아지면서 190∼200m 보낸다.

김 대표는 프로들조차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레슨 한 번 받지 못했다. 프로들의 샷을 눈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이해하며 자신만의 스윙기술을 터득했다.

김 대표는 골프채를 잡은 지 3개월 만에 지인들과 처음 필드에 섰으나 좌충우돌이었다. 경기 파주 프리스틴밸리(현 노스팜) 골프장 한 홀에서 티 샷 5개를 모두 산으로 보내는 등 온종일 헤맸다. 이후에도 120∼130타를 넘겨 ‘민폐’가 컸다. 타석에서 연습할 게 아니라 실전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스크린골프로 향했다. 스크린골프 경험은 지금까지 2000번 이상이나 된다. 하루에 11게임까지 소화한 적도 있다. 스크린에서는 언더파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기량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6월 경기 포천 베어크리크 골프장에서 베스트 스코어인 76타를 남겼다. 청라 베어즈베스트에서는 78타까지 나왔다.

김 대표는 첫 싱글 패를 3년 만에 받았다. 그가 골프를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보기 플레이만 하더라도 뉴스감이라고 했다. 간혹 동반자 중 어떻게 한 손으로 공을 칠 수 있느냐면서 오른 주먹을 쥐고 김 대표를 따라 해보는 이도 있다. 물론 대부분 혀를 내두른다.

김 대표는 장애를 자신의 장점으로 발전시켰다. 거래처 신뢰 관계는 무척 좋다.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한 노력을 기울여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고, 편견을 극복했다. 가끔 통증이 올 때나 신발 끈을 묶을 때를 빼고는 장애가 있는지를 느끼지 못한다. 시력이 좋아 김 대표의 별명은 ‘몽골리안’. 동반자가 친 볼은 캐디보다 더 잘 찾는단다.

김 대표는 “자전거는 인내심과 지구력이 필요하지만 지루하다”면서 “하지만 골프는 골프장마다 공략법이 다르고, 동반자나 잔디에 따라 다른 상황을 맞닥뜨리게 돼 있어 늘 도전하게끔 유도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mail 최명식 기자 / 체육부 / 부장 최명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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