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사퇴”… 서울대 교수 하루 새 300여명 서명

이르면 주말 사퇴 가능성

朴 입장표명에도 여론 부정적
학계 “학문 기본 저버린 사람”
손혜원 “지혜로운 결정 하길”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진 사퇴로 가닥을 잡은 것은 박 본부장의 과학계 원로 등과의 정책간담회와 청와대의 인선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의 반발이 더 거세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은 것도 청와대와 박 본부장에게 큰 부담이 됐다. 박 본부장이 사퇴하게 되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청와대 발표 부처 장차관급 인사 중 세 번째 낙마 사례가 된다.

당장 서울대 자연대와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박 본부장 사퇴 요구 서명운동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서명운동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11일 “학문의 기본을 저버린 사람을 과학계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과학계의 업적을 깡그리 무시하는 치욕적 처사이고 국제적 망신”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대 교수 발기인 31명이 만든 성명서 초안에 하룻밤 새 전체 2000여 명 중 300명이 넘는 교수가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명서 발기인에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이었던 호원경 의대 교수와 황우석 사태 당시 연구처장으로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노정혜 생명과학부 교수 등도 포함됐다. 학계 등 오피니언 리더 그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힘든 분위기다.

정치권의 반대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의원들도 부적격 의견을 모은 데 이어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의원인 손혜원 의원은 SNS에 “과학계가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여론을 충분히 들으시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실 거라 믿는다”고 글을 올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에서 전혀 방어해 주지 않는 인사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지도부는 이날 박 본부장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박 본부장이 사퇴하면 안·조 전 후보자에 이어 정의당이 반대하는 인사들의 예외 없는 낙마 법칙이 계속되게 된다.

청와대는 전날 박 본부장 인사를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박 본부장에게 공과 과가 모두 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 상황으로는 박 본부장이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사퇴하더라도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병채·김수민 기자 haasskim@munhwa.com